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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문제 해결 위한 노력, 멈춰야 합니까?

김태현 박승희정신계승사업회 사무국장

2023년 05월 16일(화) 18:40
지난 2월 19일 5ㆍ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하여 대국민선언식을 강행을 했다. 5ㆍ18유족회는 불참을 하고 주최단체의 회원들도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광주전남의 113개 단체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행사 연기와 시민의견 수렴 등을 요청했음에도 말이다. 특히 특전사동지회가 광주전남 시ㆍ도민들을 물리적으로 밀어내고 비웃으며 5ㆍ18기념센터로 입장하는 장면이나 군사작전 하듯이 기습적으로 망월묘역에 참배 작전을 펼치는 모습은 이 행사의 성격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된다는 취지에서 수백개 시민단체가 뜻을 모아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출범했으며, 문제의 원인을 되짚는 학술행사까지 열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두고 내전으로까지 비유하며 오월을 앞두고 다투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다. (5ㆍ18제전 앞에서 싸움은 그만! 최영태, 전남매일, 04.26)

그러나 정치에 있어 내전stasis 그 자체는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조르주 아감벤이라는 정치철학자는 고대 그리스의 내전을 분석하며 내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주었다. 그의 분석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사회의 사적 영역(Oikos, 오이코스)에 머물러 있던 문제들이 내전을 통해 공적 영역(polis, 폴리스)으로 드러날 수 있다. 기존 질서와 권력관계에서 은폐되거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스타시스를 통해서 무화되고 그로인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 2,19폭거사태와 그로 인해 오월문제 해결을 위한 광주전남의 시ㆍ도민들의 노력 역시 그렇다. 그동안 산적하게 쌓여온 오월 관련 여러 문제들이 공론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자기들의 행사에 반대의견을 내자 ‘일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들의 거짓 선동’ 이라고 치부하는 부상자회와 공로자회의 모습은 흡사 그들이 맞서 싸웠던 독재세력과 5ㆍ18을 폄훼 선동하는 이들과 닮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 외에도 오월관련 컨텐츠를 진행하다가 오월단체에 이야기 안했다며 욕먹고, ‘오월을 이야기하는 게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인줄 몰랐다’ 며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간 타 지역 청년의 모습, 오월정신 계승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해온 청년들에 대해 그런 일은 자원봉사자나 돈을 주고 인부를 사서하면 된다는 황일봉 부상자회 회장의 말 등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자랑스러운 역사이고 그래서 누구나 말하기 좋아해야 할 오월이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역사이자 눈치 보아야 할 오월로 바뀌어 있었다. 오월단체의 과도한 당사자주의와 이권 개입,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공론장으로 끌고 오면 5ㆍ18을 폄훼하고자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무리들에게 먹잇감이 된다며 - ‘우리끼리’, ‘조용히’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내온 세월 탓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미 80년 오월은 그 누구의 것만이 아닌 이 땅의 민중이 이룩한 역사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되었다. 오월의 전국화와 세계화, 그리고 헌법 전문의 수록은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소외되고 핍박받는 자를 비롯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자들이 저주 받은 대지에서 몸부림 하는 것이 아닌 80년 오월의 봉우리 위에 단단하게 서서 이 땅의 미래를 일구도록 하면 된다. 80년 오월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운동의 시원이 되었던 것처럼, 오월의 역사가 오늘의 정의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

오월 제전 앞에 작은 견해차와 갈등을 털어버리자는 말은 그래서 지난 세월의 잘못된 반복에 불과하다. 병폐를 쌓고 오월의 봉우리를 흔드는 말이다. 오히려 오월 제전 앞에 자랑스럽게 서기 위해 견해차와 갈등을 더욱 내보이고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사태는 해결된다.

그리하여 광주에서 자란 평범한 30대 청년인 나는 여러분께 묻는다. 남들이 보기에 내전이라고 오월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멈춰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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