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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수 가사노동은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광주 가사수당 실현, 사회 조직에 새로운 변화 제시할 것
‘생명 돌봄 노동’ 가정 내 인식과 역할 변화부터 시작 돼야

2023년 06월 08일(목) 17:44
박미정 광주광역시의원
어느 날 엄마가 없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집안일, 살림살이라 불리는 무보수 가사노동을 해 왔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상황 말이다.

엄마의 무보수 가사노동으로 불편함 없이 잘 먹고 잘 살던 온 가족들은 혼란에 빠진다. 당장 거동이 불편한 구순의 아버지에 대한 돌봄과 출가한 자녀의 아이들(손주, 손녀)의 공동육아, 부족함 없이 공수해 주던 밑반찬, 언제든지 가능했던 풍족한 한 끼 식사까지. 당연히 엄마의 일이라고 여겼던 가사노동과 가사노동자라는 전업주부의 역할과 자리가 텅 비게 된다면?

“설거지, 세탁, 화장실 청소, 기저귀 갈기 같은 집안일, 창조성도 필요하지 않고 더럽고, 명예도, 돈도 되지 않으며 일생을 바쳐도 역사에 이름도 남지 않고 존경도 받지 못하는 하찮은 육체노동”이라는 와타쿠와 미도리의 말처럼 하찮은 육체 노동자들, ‘엄마와 여성들’이 죽어가고 있다.

비단 ‘엄마’의 역할이 아니더라도 경제활동을 한다거나 집안일에 대해 무지하다는 이유로 가사에 참여하지 않는 가족구성원들이 있다. 특히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정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끔 뒷받침 해주는 가사노동에서 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9)
작금의 현실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다양한 욕구의 증가로 성별의 경계도 사라져가고 있고,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고, 있어야 되는 일상생활이지만 아무도 자랑스럽게 하겠다는 사람은 없다.

가사노동은 하루 평균 임금노동 시간에 맞먹을 정도의 비중 있는 노동이다. 하지만 전업주부에게는 소외 를, 취업 주부에게는 이중노동의 구조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타인을 위해 노동하면서도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화폐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거의 유일한 노동이다. 다른 노동과 대조적으로 핵가족화 된 집안에서 고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당사자들은 집안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인식할 만큼 사회·심리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가지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집 안에서 생명을 살피고 돌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할 줄 알거나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를 무보수 또는 저비용으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가사노동이 개인이나 사적 영역의 일이 아님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적극적인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앞으로 집 안과 밖에서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해질 수 밖에 없는 예측은 사실이 될 것이다.
돈이 안 되는 하찮은 집안일, 무보수 노동으로도 불리고 당사자는 ‘노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식과 인식에 대한 자구책으로 1991년에 가족법이 제정되었다. 여성의 가사노동이 가구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인정해 이혼 시 재산분할 청구권이 신설됐다.

그러나 경제 통계에서 주부가 비경제 활동인구로 분류되고 국민총생산(GNP) 산출에도 가사노동의 기여도가 가시화되지 않아 아직까지 가사노동이 ‘보이지 않는 노동(invisible work)’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의 성차별, 불평등, 양극화로 이어지고 여성들로 하여금 집 밖의 노동을 통한 사회적 자기실현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가정 안팎에서 수행하는 여러 가지 일로서, 요리·세탁·청소 외에도 노인과 환자 돌보기, 친척 방문, 동회·은행·학교에서의 일 처리 등이 있다. 그 일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마무리와 만족도의 질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고도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요구하는 노동으로 개인의 청결 관념이나 꼼꼼함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도 한다.
출처 엠브레인
하여, 가사를 전담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생명과 안전 그리고 건강이 좌우된다. 가사노동은 단순하고 하찮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생명의 근본이자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고급노동자들의 기술과 지혜이다. 때문에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평가를 단순히 숫자로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당사자들을 ‘생명 돌봄 노동자’ 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사회적 합의와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정, 집 안과 밖, 여성과 남성, 보수와 무보수의 구분 짓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가사노동이라는 일상이 없으면 어떠한 사건이나 역사도 일어날 수 없다.

진부하고 하찮은 가사노동을 통해 개인은 내일의 꿈을 가꾸고, 사회 조직은 새로운 변혁의 꿈을 꾸는 것이다.

개인의 꿈을 통한 사회변혁을 도모하는 일, 모두의 생명과 안정을 지키는 가사노동,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노동의 가치로써 대우하는 것이 일상생활의 혁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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