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화요세평> ‘작법자폐’
2023년 06월 12일(월) 15:35
<화요세평> ‘작법자폐’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 변호사


작법자폐(作法自斃)란 말이 있습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 상군열전에서 유래된 것인데, 자기가 만든 법에 자신이 죽는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로 인하여 자신이 해를 입는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위나라 상앙은 진나라 효공에게 등용된 후 “나라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있으면 결코 선례를 따르지 않고, 백성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예제에 따르지 않는 것”이라 하면서 오랜 동안 누려온 귀족들의 세습 특권을 폐지하고, 민간에 다섯 집 내지 열 집을 한조로 묶어 상호감시하며 위범자를 신고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등 연좌제를 실시하였고 정전제를 폐지하는 등 토지개혁을 실행하였습니다.

개혁에 기득권 저항·반발

모든 개혁에는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이 있고 기득권이 없는 일반 국민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그때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자 귀족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불만도 많아 신법의 불편을 호소한 백성이 천 명에 이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훗날 혜왕이 되는 태자가 법을 어겼는데 이에 상앙은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윗사람부터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원칙대로 태자의 처벌을 주장하였고 이에 따라 태자에게도 예외 없이 법이 적용되어 태자 대신에 태자의 사부가 이마에 글자를 새기는 자자형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후 모든 백성들이 법을 따랐다고 합니다.

법이 시행된 지 10여년이 되자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과 부국강병책에 힘입어 강대국으로 변모하면서 천하통일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지만 효공이 죽고 혜왕이 즉위하자 상앙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귀족들은 상앙이 반란을 꾀한다고 모함하였고, 체포령이 떨어진 상앙은 도망치다가 여인숙에 묵으려 했지만 여인숙의 주인은 ‘상군의 법률에 의하면 여행증명서가 없는 손님을 재우게 되면 똑같은 죄가 된다’면서 거절합니다. 이때 상앙은 ‘신법의 피해가 급기야 내 몸에까지 미쳤구나’라고 한탄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에 따라 거열형이라는 참혹한 처벌을 받고 죽습니다.

우리 법체계는 입법기관이 국회와 대통령을 위시한 행정기관, 그리고 사법기관이 분리되어 있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정 정당이 국회의 다수당이 되어 법을 제정할 수 있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설령 법이 제정되어도 사법기관을 통하여 법의 위헌여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이 소위 말하는 ‘악법’이 만들어질 위험성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지금 사회에서는 올바른 법을 제정하는 문제보다는 법을 집행하는 데에 있어 공평무사한지가 화두라 할 것입니다.

법 적용 정당성 확보해야

같은 법을 적용함에 있어 처지가 바뀔 때마다 서로의 입장에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반대에 있던 사람들은 당신들이 집행할 때는 더 심했다고 반문합니다. 심지어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삼권분립의 영역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앞장세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같은 법이 있음에도 적용함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 법이 적용됨에 있어서는 내편과 남의 편이 있을 수 없고, 그러한 정당성이 확보되어야만 사회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납득하여 이를 지키려 할 것입니다.

지극히 엄격한 법의 적용을 주장하였던 상앙에게 조앙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습니다. “인심을 얻는 자는 흥하되 인심을 잃는 자는 붕괴합니다. 덕을 의지하는 자는 번영하되 힘을 의지하는 자는 멸망한다고 합니다. 상군의 목숨은 정말로 아침이슬과 같이 위험합니다.” 상앙의 예와 같이 자신이 세운 엄격한 법과 그 집행은 스스로도 피해갈 수 없는 칼날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특히 정기적인 선거를 통하여 위치가 바뀌는 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영원한 권력이 있을 수 없습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든 이를 집행하는 사람이든 이를 따르는 사람이든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입니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