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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의 공기살인을 아십니까

유창우(안전보건공단 전남본부 안전보건부장)

2023년 08월 03일(목) 10:23
유창우 (안전보건공단전남본부 안전보건부장)
지난 2022년 4월,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공기살인’이라는 영화가 극장가에서 개봉했다. 가습기살균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진중하지만 흥미롭고 몰입도가 높은 영화로 평가됐다.

‘공기살인’이라는 영화제목을 들었을 때 순간 밀폐공간에서의 질식·중독사고가 떠올랐던 건 직업병일테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 나쁜 공기로 인한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밀폐공간 질식사고 치명적

흔히 일반 사람들은 밀폐공간이라 하면 사방이 막혀있는 제한된 공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18개의 장소를 밀폐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방이 막혀있고 뚫려있느냐는 중요치 않고 그 장소의 공기상태, 위에서 말한 공기살인의 위험이 밀폐공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적어도 공기살인의 피해자가 되고싶지 않다면 우리 사업장 또는 내가 작업하는 공간이 밀폐공간에 해당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밀폐공간에서의 질식사고는 발생 시 치사율이 50% 이상인 치명적인 재해로 산소농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는 단 한번의 호흡만으로도 뇌 활동이 정지되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호흡 정지시간이 4분이면 살아날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고, 6분 이상이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는 무서운 재해이다.

매년 질식재해 예방교육을 하다보면 밀폐공간에서 짧게 한번만 숨을 들어마시고 탈출때까지 숨을 참으면 되지 않느냐는 교육생이 한명씩 나타나곤 한다.

호흡은 대기압과 폐 등 신체 내부와의 압력 차이로 가능한데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압력이 높은 대기중의 공기가 폐로, 다시 뇌로 흘러가지만, 산소농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역으로 뇌의 공기가 대기로 빠져나오는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마치 컴퓨터의 전원코드를 갑자기 뽑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한 번의 호흡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다.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질식사고는 1명이 사망하는 경우보다 2인 이상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같이 작업하는 동료, 내 가족이 밀폐공간에서 쓰러졌을 때 구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만약, 공기중의 유해가스나 낮은 산소농도가 눈에 보인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는 그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기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정이 많은 민족인데 위험마저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주저없이 들어가는 것이고 다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내 동료 또는 가족이 밀폐공간에서 의식을 잃었을 때 구조를 고민하고 싶지 않다면, 그 선택으로 평생 내가 후회를 하든 가족들이 후회를 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밀폐공간에서 작업 시 이 세가지 수칙은 반드시 준수하길 바란다.

첫째, 작업공간에 대한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적정공기일 때만 출입한다.

둘째, 밀폐공간에 환기팬을 이용해 신선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불어 넣어준다.

셋째, 공기호흡기,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와 비상상황을 대비해 구조용 로프 등을 구비하고 사용한다.

#안전보건공단 원콜 서비스

여건상 이 세가지를 지키기 어려운 사업장은 1644-8595로 전화하길 바란다. 전화 한 통이면 사업장에 직접 방문해 질식재해예방 장비를 대여해주고 가스농도측정과 근로자 안전교육까지 해주는 안전보건공단의 One-Call 서비스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요즘은 미생물의 증식, 부패 등으로 오·폐수처리장, 정화조, 음식물처리탱크 등에서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 또는 산소결핍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영화의 대사처럼 죽기 딱 좋은 날씨가 아닌 공기가 만들어지는 시점인 것이다.

작업하는 장소의 밀폐공간 해당여부를 의심해보고 작업 시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하길 바란다. 공단의 One-Call 서비스도 꼭 이용하길 당부드린다.

그렇게만 한다면 적어도 영화에서처럼 오랜기간 힘든 법정싸움을 이어가거나 내 가정의 행복이 깨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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