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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광업소 폐광, 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

류영길 화순군의회 폐광대책 특별위원장

2023년 08월 10일(목) 12:59
류영길 화순군의회 폐광대책 특별위원장
‘118년 동안 화순 경제의 중심이었던 화순광업소 폐광.’

화순군의회 건물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 화순광업소(화순탄광)를 기억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들려는 노력 속에, 118년의 긴 역사가 무색하게도 화순광업소의 폐광은 한순간이었다.

화순군 동면 복암리 일대에 자리한 호남지역 최대규모의 탄광. 그 역사의 시작은 1905년 구한말 광구로 등록되면서부터였다. 1934년 광업권을 매입한 일본인이 탄광으로 개발하며 본격적인 채굴을 시작했고, 일제강점기에 각각 개발되던 탄광들은 1945년 미군정청 직할 체제에서 일원화돼 화순탄광이란 이름으로 통합됐다.

이후 화순탄광은 산업화 시기 정부의 정책과 맞물리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광부들은 산업 전사로 불리며 당시 공무원보다 배가 넘는 월급을 받았고, 마을엔 영화관, 병원, 탄광 근로자들이 머물 수 있는 아파트까지 세워졌다. 월급날이면 술집과 식당은 북적였다. 그러나 불멸의 영광은 없었다. 석탄 대신 석유가 주 연료로 사용되며 1989년 정부는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시행했고, 석탄 산업은 합리화라는 이름 아래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그 길의 끝은 폐광이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재정 절감 등을 이유로 2023년 6월 말로 폐광이 결정됐다. 화순탄광에 이어 2024년 태백 장성 탄광, 2025년 삼척 도계 탄광 또한 차례로 문을 닫게 될 예정이다. 석탄 산업의 종언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근로자 실업 문제, 현 시설물과 부지에 대한 활용 방안, 폐광지역 정주 여건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광해 예방 및 복구에 관한 대책 마련 등이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이에 화순군의회는 지역 최대의 현안으로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폐광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본 의원이 위원장으로 활동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그간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광해개황조사 및 종합복구대책 수립용역’과 ‘조기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계획 수립용역’ 등 화순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해왔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한 가운데 자칫 폐광 문제를 단순히 경제 논리만으로 접근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얼마 전 화순군의회에서 진행한 ‘강원랜드 폐광지역개발기금 과소징수분 부과처분 취소소송 즉각 취하 서명운동’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광부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폐광지역 주민의 입장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폐광기금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화순탄광 118년의 역사 속엔 시대별 광부들과 지역민들의 피와 땀이 녹아있다. 해방 직후엔 미군정으로부터 권리를 되찾고자 했던 수많은 광부의 비극이 있었으며, 개광 이래 압사, 갱도 무너짐 등으로 연평균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를 외면한 채 화순탄광의 경제적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

특히, 갱도의 경우 역사·문화적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공간임에도 당장의 예산 절감을 위해 구체적인 갱내 활용방안이 수립되기도 전, 갱내에 물을 채우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적 자원을 그저 눈앞의 비용만을 따져 매몰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논리만의 접근이 계속된다면, 지속 가능한 대체 산업 육성은 불투명해질 것이고, 강원랜드 소송과 같은 상황을 또 한 번 마주할 수도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조기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계획 수립 연구용역의 결과가 내년 10월쯤 나올 예정으로, 폐광 문제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거리의 현수막들은 떼어질 것이고, 지역민들의 슬픔과 기대감은 피로감으로 바뀔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를 되새기며 끊임없이 지역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관계기관 및 지역민들과의 소통에 힘쓰는 게 화순군의회가 지녀야 할 자세이지 않을까.

과거 없는 미래는 없다. 현재 화순탄광은 폐광과 함께 차갑게 식어버린 연탄재처럼 보일지라도, 우리의 일상을 따뜻하게 해준 과거의 불씨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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