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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 ‘오티움’

조영환(수필가)

2023년 08월 21일(월) 09:45
조영환(수필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과 휴식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지 못해 버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터에서 새벽부터 늦도록 일하고, 경우에 따라서 밤새도록 일한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일감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푹 쉬어야 할 텐데’라며 휴식에 대한 또 다른 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과 휴식’이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해야 일의 능률도 오르고,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 한 번에 2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작업을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다중 작업)’이라고 말하는데,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있는 사람을 업무 수행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며 선호한다.

하지만 사람의 두뇌는 멀티태스킹에 맞게 창조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턴은 ‘정리하는 뇌’라는 글에서 “과도한 멀티태스킹 작업은 사람의 두뇌와 감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라고 썼다.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사람은 기업의 생산성이나 업무 효율을 높여 주지만, 멀티태스킹은 두뇌 에너지를 쉽게 고갈시키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지고, 결국 생산성과 창의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 능력을 가진 사람은 치매 발병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2020년에 실시한 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약 70%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아웃증후군은 자기 일에 몰입하던 사람이 마치 에너지가 모두 방전되어 버린 것처럼 갑자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이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과에 대한 강박, 바쁘게 일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위해 휴식과 여가의 시간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대 그리스는 일보다 오히려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강조했다. 오늘날 학교로 불리는 ‘스쿨(school)’의 본래 의미는 그리스 스코라(scola:문화와 여가의 삶) 어원에서 비롯됐다. 그러므로 바쁘게 일하는 삶에 함몰되지 말고, 의지를 갖고 적당한 휴식의 시간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자기가 즐거운 일’로 삶을 채우는 것이 진정한 휴식, 즉 라틴어 용어인 ‘오티움( otium)’이다.

한 번은 한 정신과 의사가 1년 전에 상담했던 남자를 다시 만났다. 이 정신과 의사는 환자가 어떻게 이렇게 표정이 밝아지게 되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환자는 의사에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퇴근 후와 주말마다 어릴 때부터 그가 좋아한 나무 조각 만드는 공방에서 지냈다고. 공구를 잡고 나무를 만지는 시간 만큼은 회사 일을 잊을 수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그 시간이 그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간이었다. 우연히 이 환자를 다시 만난 후로 정신과 의사는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왜 굳이 마흔이 넘어서 발레를 배웁니까?”

“왜 인터넷에서 더 예쁜 옷을 살 수 있는데, 일일이 옷을 만들어 입습니까?“

”야생화가 뭐라고 그 험한 오지까지 가서 사진을 찍습니까?“

사람들의 대답은 간명했다. ”좋아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일하는 동안 꽃 한 송이를 가까이에 둘 수 있는 사람은 생의 기쁨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딘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먹고사는 일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인생에서 또 다른 측면인 여가와 휴식 즉 ‘오티움’을 잊고 살거나 꽃 한 송이를 가까이에 둘 수 없을 만큼 팍팍한 인생을 사는 건 매우 불행한 일이다. 꽃 한 송이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여유를 갖고 차 한 잔 마시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진정한 성장과 도약을 기대한다면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좋은 휴식을 취해 보자. 조금씩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고, 근심을 잊을 수 있는 즐거운 휴식 뒤에는 새로운 도약(跳躍)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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