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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와 상생의 길을 걷다

박창욱 신안군 세계유산과 주무관

2023년 09월 14일(목) 17:27
박창욱 신안군 세계유산과 주무관
철새와 그들의 서식지를 보전하고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더불어 상생의 길을 걷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신안군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보다 한 발 앞서 지난 2007년부터 철새관리 담당팀을 신설했다. 철새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국토 서남단에 위치한 신안군은 지리적으로 철새들의 이동 길목이다. 한국은 전 세계 주요 철새 이동경로 9개 중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EAAF)에 속한다.

1,025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이 그 중심에 있다. 특히 홍어, 붉은 노을 등 관광지로 유명한 흑산도 권역은 탐조인들에게 ‘철새의 고향’, ‘철새의 낙원’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철새는 철에 따라 이동하는 조류다. 한국을 거쳐 이동하거나 한국에서 번식하는 철새들은 겨울철에 따뜻한 지역인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겨울을 난다. 봄이 되면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북쪽으로 옮긴다. 철새들은 위험하고 거리가 먼 내륙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최단거리로 도착할 수 있는 바다를 이동경로로 택한다. 이동하는 중에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수백킬로미터 거리를 비행한다. 점점 지쳐갈 때쯤 처음으로 보이는 섬이 흑산도 권역의 섬들이다. 망망대해 바다를 건너온 수많은 철새는 잠시 쉬어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흑산도에 중간 기착한다. 국내 기록된 조류 570여 종 중 최근까지 흑산면 일대에서만 400종 이상이 확인됐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철새 중간기착지인 셈이다. 흑산 군도가 철새의 고향, 철새의 낙원인 이유다.

신안군은 철새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철새 서식지로서의 이점을 살려 지속 가능한 자연환경 보전을 최대 목표로 삼았다. 여기에 주민의 철새 인식 증진, 소득 창출도 꾀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흑산도 권역에 ‘생태계서비스지불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철새에게 먹이와 휴식지를 제공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주민참여형 철새 보호 사업이다. 흑산도 각 마을의 휴경지에 조와 수수를 재배해 수확물 전체를 주민에게 보상하고 가을철 철새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50%를 비축해 놓았다가 이듬해 봄, 철새 이동시기에 부족한 먹이를 추가로 제공한다. 사업 신청자는 매년 증가해 올해 72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의 큰 만족 속에 철새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시행 전 휴경지였을 때 보다 사업 후 경작지로 조성했을 때 먹이를 먹는 철새 개체수가 20배 이상 늘었다. 주민들 또한 철새 먹이를 재배함으로써 인식이 바뀌었다. 마을에는 생기가 돌고 있다.

다양한 보전 활동도 전개중이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의한 피해가 큰 이슈였다. 유리창 충돌은 세계적으로 발생하는데 미국에서만 연간 최대 10억 마리가 피해를 입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매년 800만 마리, 하루 2만 마리의 조류가 유리창 충돌로 피해를 입는다. 유리창 충돌은 섬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육지보다 고층 건물이 적지만 철새 중간기착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철새가 지친 상태로 통과하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 있다. 신안군은 철새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흑산도 내 주요 공공건물 유리창을 대상으로 조류충돌 저감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신안군 청사를 포함해 지역 내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적용한다. 향후, 조류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개인소유의 건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철새와 서식지 보전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 성과를 국내·외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한 신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철새 연구와 보전, 기후변화, 외래종과 도서생태계 보전, 철새 중간기착지 중요성, 바닷새 번식지 보전, 철새 서식지 관리, 철새보호 인식증진 등 매년 다양한 주제로 열린다.

전 세계 19개국에서 100여 명의 국외 전문가가 국제철새심포지엄에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철새뿐만 아니라 생물 분야를 통틀어 국제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개최한 곳은 신안군이 유일하다. 신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은 명실상부한 한국에서 개최된 최다 철새 관련 국제심포지엄으로 명성을 구가중이다. 12회째를 맞이하는 올해는 세계자연유산인 신안갯벌 서식지 보전을 위한 민·관의 노력과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신안군의 뛰어난 자연환경은 군민의 자랑거리로, 자부심이다.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이며, 그 주인은 미래세대들이다. 신안군은 흑산도의 신안철새박물관에서 철새마을학교를 운영 중이다. 어린이들의 철새 관심을 높이고 철새 학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철새 보호와 서식지인 흑산도 권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생태교육도 병행한다. 방과 후 초·중등학생과 철새 먹이주기 행사, 철새 탐조 프로그램 등도 선보인다. 마을학교는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학습효과 또한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교나 인근에서 죽은 새를 발견하면 들고 와 도움을 청하곤 한다.

신안군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온 죽은 새들을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 정기적으로 박제해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이제, 철새박물관은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안군은 철새보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각오다. 사람과 철새가 공존하기 위한 상생의 길을 걷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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