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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사망 감축을 위한 작은 나침반

이성화(안전보건공단전남본부 건설안전부장)

2023년 10월 30일(월) 11:14
이성화 건설안전부장
우리나라가 겪은 빠른 경제 성장은 마치 봄날에 폭발하는 벚꽃처럼 눈부셨다. 그 속에서 건설업은 마치 몸 속 뼈대와 같은 역할을 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탄탄한 기반시설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도시·산업화와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건설업이 대한민국의 기록적인 경제발전의 근간을 되었다는 점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허나, 눈부신 발전 뒤편에 우리가 지불해야만 했던 ‘거대한 대가’가 수반되었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간과해선 안 된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산업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874명에 달한다. 근로자 10만명당 사고사망자 수를 세계와 비교해보면, OECD국가 평균 대비 약 1.5배에 달한다는 점은 ‘선진국 반열’이라는 대한민국의 수식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다.

이제 건설업을 살펴보자. 2022년 산업현장 사고사망자의 약 46%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아직도 매년 4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자면 가슴 속에 먹먹함마저 감돈다. 사망자의 72%는 떨어짐, 부딪힘, 무너짐에 의해 사망한다. 이러한 형태의 재해를 다른 말로 ‘재래형 재해’라 부른다. 단순·반복적이고 충분히 예방 가능한 특성을 지니기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설현장 종사들이 그 예방 방법 또한 이미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대개 단 1명의 현장소장이 건설공사에 수반되는 업무 전반을 담당하곤 한다. 과중된 업무에도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소장을 가끔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재해예방기관 기술지도계약이라는 명목 하에,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은 사실 외주화 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현장 내 안전이 처벌·감독을 대비한 ‘서류 작업’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방법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특성을 지닌 건설현장의 위험요인들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이는 매년 발생하는 400명 이상의 사망자와 그 발생 형태(대부분 재래형 재해), 다년간 정체된 사망만인율 감소추이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다.

물론 현장소장이 목적물을 완성해야 하는 ‘책임’을 가장 크게 여기는 건 매우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채용한 근로자의 건강을 반드시 보호해야만 하는 ‘법적 의무’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중소규모 건설현장 역시 근로자 사고사망에 대한 강력한 법적 잣대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사망사고를 감축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변화 시작은 ‘모든 근로자를 안전활동 구성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근로자를 통제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과 의견을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해 보자. TBM(Tool Box Meeting)을 활용해 당일 작업내용에 따른 위험요인을 함께 찾아보자. 대화 시간을 통해 현장소장은 안전리더로서 지원할 부분을 찾을 수 있고, 근로자들은 도출된 당일 준수사항에 대해 공감대를 느낄 것이다. 시켜서 하는 것은 한계를 지닌다.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준수할 수 있는 작은 대화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현장 내 안전문화가 싹틔우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것이 법에서 정한 위험성평가의 핵심이며, 앞서 말한 내용은 그 중 ‘상시 위험성평가’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시)’을 개정했는데, 주요 내용은 ‘근로자 참여’와 ‘상시 위험성평가’이다. 이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이 서류행위가 아닌, ‘매일 스스로 숨쉬며 작동하는 안전관리체계’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개정된 고시에 의하면 월·주·일 단위로 상시 위험성평가를 하는 경우 수시평가와 정기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실천 가능하며 부담 또한 적다. 또한, 안전보건공단은 고시에서 정한 내용을 누구나 손쉽게 이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료들(실시규정, 최초평가, 수평가 등)을 제작·배포하였고, 홈페이지에 게시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명확한 부분은 안전관리는 서류행위가 아니고, 실질적인 활동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현장소장을 중심으로 모두의 행동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모두의 참여를 바탕으로 황망한 사망사고가 더 이상 발생되지 않길 바란다. 더불어 ‘선진국 반열’이라는 수식어에 부끄럼 없는 안전한 건설현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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