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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감염병 시대에 할 일

안전칼럼-박형철(대한산업보건협회 광주전남북본부 보건관리팀 원장)

2023년 11월 09일(목) 10:08
박형철 원장
지난 8월 31일에 4급으로 내려갔다. 감염병 예방법상 1, 2급으로 가혹한 존재였고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냈던 코비드19 이야기다. 3년 동안 전 세계를 흔들어 놓아 여전히 가슴 한 켠을 짓누르고 있지만 이 질환이 더 이상 우리의 삶을 흔들지 않을 거란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시민들에게 주는 무게감이 독감과 비슷하다 전하고 있다.

그럼 독감은 어떠한가. 매년 추운 계절에 유행해 시민들의 건강을 해쳐왔다. 고령자, 만성질환자, 영유아, 임산부 등에서는 중증질환으로 입원 및 사망에 이르게 한다. 바이러스 변이를 통해 끊임없이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킨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 전염병은 20세기 초인 1918년 스페인 독감이란 별칭으로 대유행을 일으켰다. 5억 명 감염자에 5,000만 명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957∼1958년 아시안 독감, 1968∼1969년 홍콩 독감 등의 유행 역시 100만 명 내외의 사망자를 냈다.

21세기 초인 2009∼2010년 대유행 인플루엔자를 겪게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2009년에 대유행 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에 ‘팬데믹09’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다행인 것은 과거와 달리 진단법 발달, 집단예방접종 신속 대량 시행, 항바이러스제 사용, 인공 환기술, 체외순환술 등의 중환자 적용 첨단의료기술 사용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1월 말까지 우리나라에서만 70만 명 넘는 환자가 확진됐고 200여 명 넘는 수가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2009년 4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약 4,300만∼8,900만 감염자를 보고했다.

이외에도 금세기는 각종 전염병으로 수난을 겪었다. 2002∼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 등 대소유행이 이어졌다. 의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인수공통 감염병에서 유래된 것이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환경생태계를 침범하고 파괴하면 그 생태계에서 생존 증식하던 동물들이 생존이 어렵게 되자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다. 달라진 환경에 생존을 목매며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킨다. 동물들에게서만 문제를 일으키던 감염병이 인간에 옮겨 오면서 감염의 규모나 피해가 커진다. 인간은 그때서야 질병을 탐구하고 보건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어느 정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면 또 다른 동물원성 감염증이 저만치 오게 된다. 우리가 생태보존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반복되는 재난상황에 위기대응 소통은 물론 신종 감염병에 대한 컨트롤 체계와 거버넌스가 튼실하다 할 수 없다. 감염병 통제를 위해 시도 당국, 전문가, 시민사회가 상시 건전한 거버넌스 체계를 조금씩 만들어 가야 한다. 많은 시행착오와 훈련도 필요하다. 코로나로부터 한숨 돌린 지금이 컨트롤 타워 정립 및 거버넌스 체계를 구성하고 시행하는 준비의 적기로 보여진다.

새로운 감염증을 대응하기 위한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광주시는 변변한 공공 의료기관 하나 없는 몇 안되는 광역 자치단체다. 공중보건의료기관은 감염병 진단 및 치료는 물론 감염병 컨트롤 및 거번넌스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급기야 코로나 와중에 시립의료원 설립조례를 만들었고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현재 설립작업이 진척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예타 등 중앙정부의 비협조가 원인이라 할 수 있으나 시나 지역정치권의 정치력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민을 위한 보건의료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2023년 광주광역시 누리집에서 보여준 부문별 예산을 보면 보건의료예산이 1.5%(본 예산 기준)로 전부문에서 꼴찌에 가깝다. 1인당 7만원이 약간 상회하는 액수로 추계된다. 이마저 코로나가 끝났다고 예산을 축소하려 한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린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코로나 국면에 많은 어려움 속에 고군분투했던 인력을 내팽개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감염병에 대응할 보건의료인력을 지속적으로 보강, 강화해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 조직체계를 구축해 인력양성과 훈련에 힘을 쏟아야 하고 미래 감염병과 이에 대한 대응책 연구 개발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역 시도의 의지와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숨 돌린 4급 감염병 시대 우리의 책무는 과거를 바탕삼아 현재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생태계 보존, 보건의료 인프라 구축, 시립의료원의 조속한 설립, 예산 및 인력의 지속적 확충, 감염병 컨트롤 타워 정립 등을 위해 정진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물론 코로나 최일선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보건의료인들을 포함해 앞장섰던 시민들의 지혜도 모아야 한다. 최근 광주 동구는 코로나 대응에 나섰던 각 분야의 시민들의 코로나 투쟁기를 모아 생생한 ‘주민참여형 백서’를 만들고 있다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팬데믹이 대략 5∼10년 간격으로 오고 있다. 2020년에 코로나가 왔으니 벌써 3~4년이 지났다. 코로나가 한풀 꺾인 지금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코로나가 새로운 변이로 지난 1급 때보다 상회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전혀 다른 신종 또는 재출현 감염병이 나타나 1급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4급 시기에 1, 2급 감염병의 도래를 우려해야 하고 대응 준비(preparedness)를 해야한다. 철저한 준비성이 미래 팬데믹상황에서 유비무환이 될지 무비유환(?)이 될지 가늠하는 준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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