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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위해 상생카드 고민할 때

이명노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2023년 12월 07일(목) 17:45
재산 순위 꼴찌인 정치 초년생 이명노에게 상생카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물론 이체가 안되는 등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알뜰한 소비습관을 만들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확보하는 요긴한 정책이다. 하지만 광주는 우리가 사랑하는 상생카드와 결별할 준비를 해야한다는 요지를 먼저 전하고 싶다.

부자감세라는 무책임한 정부 기조로 인해 우리 광주도 피해와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가상승으로 꾸준히 예산이 증가하던 광주의 1년 총예산은 7조 원을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IMF 이후 25년 만에 감소했다. 무려 5,000억가량의 예산이 축소되며 급기야 대출, 거액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처지다.

솔직히 말하면 통상적인 예산심사는 증액을 위한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내 지역구 예산을 더 끌어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정사무 감사에서 요구한 개선점을 반영할까’ 등 더하기(+)의 정치였다.

그러나 이번 예산심사만큼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지난 며칠간 상임위 본예산 심사에서 진하게 느끼고 있다. 온통 감액의 표시인 세모(△)뿐인 세입세출 예산서 안에서 어떤 세모 옆 숫자를 더 늘려야 하나 마음 아픈 고민뿐이다. 그중에서도 세모가 없는 신규 사업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런 전개에서 세모지만 신규보다 더 눈에 띄는 사업이 있다. 바로 지역화폐 예산, 상생카드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화폐 국비를 전액 삭감했고 그에 따라 우리 광주는 상생카드를 자체 재원만으로 해결해야 할지, 정부기조에 약속한 듯 발맞춘 대구·경남 등처럼 포기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예결위 증액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통과의 가능성은 물론 통과 시기도 가늠할 수 없다.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결국 광주시는 435억의 예산을 국비 매칭 없이 편성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던진 ‘민심잃기vs재정위기’의 밸런스게임이 이제 시의회로 넘어왔다. 만약 이를 삭감하면 그 책임은 오롯이 시의회가 떠안게 될 요량이다.

물론 상생카드는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요긴한 정책이지만 국비가 매칭되지 않는다면 시비를 투입하는 이상의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상생카드가 주는 효과도 한 사람의 삶을 180도 바꿔주지는 못한다.

글을 읽는 시민들이 만약 시의회 예결위원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시겠는가.

현 예결위원장의 소속 상임위인 환경복지위원회의 복지건강국을 예로 들면 복지부 규정에 따라 장애인단기거주시설의 종사자와 조리원을 채용해야 하지만 고작 8명의 인건비가 없어 규정을 위반할 상황이다.

이와 같이 이미 눈에 보이는 규정 위반이 한 둘이 아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어느 보육시설은 문을 닫고, 어느 기관은 사업비가 없어져 온전히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종사자를 해고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인 상생카드와 필수적 복지 중 어디에 더 힘을 실어야 하는가. 지금의 상황에서 상생카드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아니다.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 강기정 시장은 시민들께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맵시다. 각자 아끼며 이 위기를 극복합시다”라고 말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단체장으로 보여질 게 뻔하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강 시장을 대신해, 광주와 시민을 사랑하는 예결위원장이 한 말씀 드리고 싶다.

“광주시민 여러분, 중앙정부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상생카드가 없어질 위기입니다. 만일 지역화폐의 국비가 편성되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지역화폐를 편성하기보다 위급한 곳이라도 예산이 투입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맵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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