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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학폭 조사관’ 투입…‘교사 동석’ 의견 분분

시·도교육청 각 50명·116명 선정
퇴직경찰·교원·청소년 상담사 등
사안 조사 시 ‘학교장 판단’ 가능
학부모 법적 분쟁 등 실효성 논란도

2024년 02월 21일(수) 19:19
지난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학교폭력 및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대한민국 비폭력 캠페인’ 행사장에 폭력 근절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연합뉴스
다음 달부터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교사 대신 ‘전담 조사관’이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광주·전남의 경우 166명의 조사관이 투입되며 학폭 발생시 피·가해 사실을 중립적으로 조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학폭 조사 과정에서 학교장 판단에 따라 ‘교사 동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업무 경감, 법적 분쟁 해소 등 당초 도입 취지가 겉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21일 광주시·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 근거를 담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사항을 반영한 것이다.

먼저 학폭 사안처리 절차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감이 ‘조사·상담 관련 전문가(학교폭력 전담조사관)’를 활용해 사안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전담조사관은 교원의 과중한 학폭 업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학폭 관련 조사 업무를 교사가 아닌 전담 조사관이 맡게 된다.

그동안 교원들은 학폭 조사 과정에서 학부모 협박, 악성 민원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돼 왔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 1학기부터 전담 조사관이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위해 투입된다.

현재 전국 각 교육청이 위촉한 전담조사관 규모는 총 1,955명으로, 교육부가 지난해 말 제시한 목표치(2,700명)의 72% 수준이다.

광주교육청의 경우 50명(동부교육지원청 20명, 서부교육지원청 30명)의 전담조사관을 선정했고, 동·서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 배치해 학폭 사안 발생 시 학교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남교육청의 경우 전담조사관 198명 채용 공고에 168명이 응시해 이중 116명의 조사관이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교육청은 지역별 학폭 사안 중복 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력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전담조사관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경우 수시로 추가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위촉된 전담조사관은 생활지도 및 학생 선도 경력을 갖춘 퇴직 교원과 퇴직 경찰, 청소년 상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전남의 경우 청소년 상담사가 5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퇴직 경찰 37명, 퇴직 교원 27명이었다.

이들은 담당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현장을 찾아 교사 대신 조사를 전담하며, 필요 시 학교폭력 사례회의 및 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조사 결과에 대해 진술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학폭 사안 조사 과정에서 학교장 판단에 따라 ‘교사 동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사관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부모 협박이나 악성 민원 문제가 지속될 수 있고, 조사가 길어질 경우 교사들이 심리적인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각 교육청에 배포한 ‘2024 학폭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는 ‘교사 동석’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학교 재량에 맡겨 판단하기로만 돼 있다.

또한 학교에 투입될 조사관이 학생들과 정서적 유대감이 없는 데다 사법적 해결에 과잉 의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전담조사관은 기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교사 동석이 이뤄질 경우 그 취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학폭 사안 조사 기간이 길어지게 될 경우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고, 학생들과 유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조사관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광주교사노조도 “학폭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가 함께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잘못하면 법적 분쟁에 또다시 휘말릴 수 있다”면서 “조사관으로 위촉된 퇴직 경찰들이 시시비비만 따질까봐 걱정되며,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아닌 교육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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