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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과 거짓말 그리고 허위신고

김광석 광주동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2024년 03월 31일(일) 19:45
김광석 광주동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
아는 사람이 카톡을 보낸다. 뉴스 속보라며 내 친구의 사진과 함께 “4월 1일 새벽 ‘고달퍼’님이 자택에서 숨 쉰 채 발견되다”라는 자막 뉴스를 캡처해 보내준다. ‘고달퍼’는 정말로 나와 가깝게 지내는 친구라 뭔 일이냐며 깜짝 놀란 마음에 카톡 보낸 사람에게 전화해 보면 어김없이 오늘이 만우절이어서 나를 놀라게 하고자 만들어 보낸 장난 뉴스란다. 카톡 내용을 자세히 보니 ‘숨진 채’가 아닌 ‘숨 쉰 채’이다. 그제야 나도 빙그레 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한순간 가슴 철렁한 시간이었는데 정작 장난으로 보낸 그 사람은 이 심정을 아는지 모르겠다.

매년 4월 1일이 만우절(April Fools’ Day)이다. 16세기 중세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신년을 착각한 사람들을 놀렸던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에 속은 사람들을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고 부른다. 4월의 물고기란 뜻인데 당시 4월에 고등어가 유독 잘 낚여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한편 만우절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홍콩의 가수 겸 영화배우인 장국영이다. 그가 자살로 마흔여섯의 생을 마감한 날이 하필 2003년 4월 1일이었기에 많은 사람이 만우절 가짜뉴스로 착각해 뉴스 속보를 보고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또 기상천외 세계 10대 만우절 거짓말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중 1위가 영국 BBC 보도였다. 스위스에서 이상기온으로 나무에서 스파게티가 열렸고 농부들이 이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도했는데 이를 본 시청자들이 스파게티 재배법을 문의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아마도 BBC 보도여서 더 믿었으리라.

거짓말하면 피노키오가 떠오른다. 1883년 이탈리아 동화작가 카를로 콜로디는 ‘피노키오의 모험’을 썼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점점 길어진다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 그가 그 주인공이다. 전 세계 26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 하나이며 디즈니 영화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 어린이 팬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또 거짓말 관련 늑대와 양치기 소년이라는 유명한 이솝 우화도 있다. 하지만 이제 동화나 영화 속 피노키오나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로 112에 허위신고를 했다가는 큰코다치게 생겼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12 허위신고는 매년 4,000여 건에 이른다. 최근 4년간 광주 시경청에 접수된 112 허위신고만 보더라도 477건으로 연평균 100여 건이다.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거짓신고의 강도와 횟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 기존에는 장난 전화나 허위신고에 대해 부득이한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고 경미한 경우 경범죄 처벌법상 ‘단순 거짓신고’로 즉결심판을 청구하거나 훈방 조치하는 등 관대한 입장이었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의 허위신고 처벌 기준은 낮은 편이어서 공권력 낭비를 막기 위해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곤 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112신고 처리법’이 제정되어 오는 7월 3일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거짓신고를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기존 공무집행방해죄나 경범죄 처벌법을 보완하는 효과를 기대해 본다.

가벼운 농담이나 장난으로 지인들과 웃음을 교환하며 만우절을 기념하는 정도의 거짓말은 건강한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늘어나는 112나 119의 거짓신고는 자칫 공권력 낭비와 아울러 즉각 대체하여야 할 경찰이나 소방의 중요사건이나 사고의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호기심에 혹은 고의로 112나 119로 거짓신고를 하여 처벌당하는 한마디로 큰코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번 ‘112신고 처리법’ 제정으로 거짓신고에 대해 적정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허위신고 또한 감소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심리도 가져 본다. 끝으로 조지 버나드 쇼의 당부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형벌은 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한다는 것보다 그 자신이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슬픔에 빠지는 데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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