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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조영환(수필가)

2024년 04월 15일(월) 12:20
조영환
요즘도 ‘탄·단·지(탄수화물·단백질·지방)’를 잘 배분해 먹어야 하나. 우리는 지난 날 문화와 관습에 따라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었다. 마치 숨 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듯 음식을 먹는 일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고민하고 심지어 불안해하기까지 한다. 서구 음식과 함께 들어온 과학과 소위 영양 전문가들이 등장하면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전통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를 기초로 음식을 선택했고, 영양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식습관의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문제는 오히려 이른바 성인병에 걸렸거나 과체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연령이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암 발생률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을 영양학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건강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며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봤을 때 우리의 몸이 처한 작금의 현실은 너무나 억울하게 느껴진다.

하얀 가운을 입은 선생님들이 영양에 관한 조언을 해 주는 TV 프로그램 채널 앞뒤로 홈쇼핑에서는 같은 영양 보충제를 광고하고 있다. 영양에 관한 정보는 상업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 같은데 정작 우리 몸은 왜 건강해지도록 바꾸지 못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인류는 이 땅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경험을 통해 체득했고, 오랜 시간 동안 알게 된 모든 것을 각자 DNA에 축적해 왔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점진적인 시행착오를 겪으며 습득한 위대한 생존의 지혜만으로는 이제 인류는 생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더 이상 자연에 기대어 음식을 얻지 않으며, 오랜 식문화의 전통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류에게 오랜 기간 익숙해진 음식을 더 이상 먹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자연과 상호 작용하며 음식을 먹어 왔던 고유의 전통적인 식문화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식의 전통은 민족의 생명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두부는 콩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콩 자체에는 반(反)영양소가 들어 있다. 대두 자체를 조리 과정 없이 먹었을 때는 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두를 삶은 후 응고와 침전의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단백질 식품인 두부가 만들어진다. 된장도 최고의 식품이다. 그 문화의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모두 건강할 수밖에 없다.

요즘 일본 오키나와의 비만율은 전체 평균을 뛰어넘었다.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채식하며 소식하던 문화에 스팸과 통조림, 맥도날드, KFC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한국 식생활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오키나와와 비슷할 뿐 아니라 심지어 다이어트 열풍 속에서 음식을 영양소로 분석하여 기계적으로 섭취하기도 하고 또한 서구식 식습관을 떨치지 못해서 식물성이지만 초가공식품으로 식생활을 지속한다면 채식을 하더라도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채식 역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의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 세계의 블루존 국가 특징은 전통을 따라 채식 위주의 식단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중해 국가 식단은 대부분 식물성 위주의 채식 식단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이카리섬의 식단은 여름 나물, 호박전, 호박꽃잎전, 바게트빵, 오징어 튀김, 레드 와인 등이다. 이곳 주민의 옛날 기본식단에는 나물류가 많았고,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나물을 먹었다고 한다.

나는 지중해 식단을 보며 한식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를 요리하여 먹었다. 주식도 채식이었고 간식 역시 채식이었다. 한식의 전통에는 과학이나 영양학적 조언은 없었지만, 우리의 건강한 삶에 밑거름이 되어 왔다. 사람은 오랫동안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모두 얻으며 살아왔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이고 식생활의 진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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