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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잔술도 판다구요? 누가 사먹을까요?”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첫날
업계·소비자들 대부분 부정적
개봉후 위생·보관 문제 번거로워
내용 자체 모르는 업주도 많아

2024년 05월 29일(수) 18:34
“잔술 판매요? 양주도 아니고 소주는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버려 술맛도 안날텐데 김빠진 술을 어떻게 팔아요?”

소주를 ‘잔술’로 판매할 수 있게 된 첫날인 지난 28일 광주 북구에서 돼지고기 요리와 주류를 판매하는 업주 이모씨는 “잔술 판매는 현실성이 없을 것 같다‘며 이같이 잘라 말했다.

정부가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하면서 지난 28일부터 술을 병째가 아닌 잔에 따라 잔술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날 업주들은 잔술 판매를 두고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실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광주 동구의 한 주점 점주 박모씨는 “방송을 봐서 알기는 한다. 얼른 계산해 보면 소주 1병에 7~8잔 나오는데 한 잔에 1,000원씩 받아도 1병 값이 7,000~8,000원이 나오니 더 이득이란 생각이 들긴 하는데, 누가 먹었는지 모를 남은 술을 먹는다는게 위생상 허용이 되겠느냐”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지금도 불경기에 인건비 때문에 최소의 인력으로 매장 운영이 되는 상황인데 잔술까지 팔면 일이 너무 늘어난다. 위생과 보관 문제에다 번거로워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손님으로 주점을 찾은 50대의 이 모씨는 “80년대 서울에서 대학 다니던 시절 버스를 기다리다 추위를 달래려고 포장마차에서 사 마셨던 잔술이 있었다”라며 “담배도 한 개비씩 팔아 까치담배라고 있었는데, 잔술과 함께 배고픈 시절 서민의 낙이기도 했지만 요즘엔…”이라며 웃어넘겼다.

그는 “요즘 소주, 맥주를 할인해 판매하는 술집도 꽤 있다. 한 병에 1,8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고, 3,000~3,500원 하는 곳도 있다. 물론 안주값이 들긴 하는데 굳이 위생상 찝찝하기도 한 잔술을 누가 사먹을까 싶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시행령 개정안 자체를 모르는 업주들도 많았다.

북구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그런 내용은 못 들었다. 한 두 잔 더 마시고 싶다고 잔술을 시키는 사람이 있을까? 간혹 남는 술 없냐며 취해 물어보는 손님이 있긴 했다”라며 웃었다.

이날부터 주류를 냉각하거나 가열해 판매하거나 탄산·채소·과일 등을 즉석에서 섞어 판매하는 경우도 허용됐다. 종합 주류 도매업자가 판매하는 비알코올, 무알코올 맥주도 주류와 함께 음식점에 유통된다.

업주들은 “제로맥주를 찾는 사람이 아직은 없지만 무알코올 맥주로 분위기를 맞출 수도 있고 하니 새로운 주류문화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소주에 여러 재료를 섞어 마시는 소주 칵테일이 활성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업주는 “독한 소주에 헛개나 레몬, 양파, 사이다 등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부드러운 맛과 숙취 해소를 해결할 수 있는 소주 칵테일이나 커피에 소주를 섞은 ‘소메리카노’ 등 새로운 음주문화가 확산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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