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극전사들의 2024 파리 올림픽 메달 사냥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비인기 종목이 홀대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배드민턴 안세영이 단식 예선에 첫 경기에 나섰지만 방송에서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는 해당 시간대에 모두 메달에 근접한 종목인 여자 양궁 단체전 4강전 경기를 중복 편성해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을 외면했다.

펜싱 세계 랭킹 2위 여자 에페 단체팀 8강전 역시 생중계 되지 않는 설움을 겪었다. 같은 시각 탁구 신유빈·임종훈의 탁구 혼성복식 동메달 결정전이 있었고 에페 대표팀 경기는 국내에 생중계가 아닌 지연 중계됐다. 에페 대표 선수 강영미가 소속된 광주 서구청 팀의 감독과 동료들은 현지에 있는 선수와 영상통화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한국 여자 복싱 첫 메달을 획득한 임애지도 무관심속에 경기를 치렀다. 8강에 오를 동안 한국에서는 TV 중계 한 번 없었다. 방송 중계가 되질 않으니 다양한 올림픽 소식을 접하고 싶은 시청자들은 대회 일정을 검색해 보거나 경기 하이라이트로 뒤늦게 이들을 지켜봤다.

그동안 우리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통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접해왔다. 물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비인기종목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아 힘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안방에서 선수들의 온전한 열기를 느끼지 못했고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볼멘 소리가 현장에서도 터져 나왔다. 임애지 역시 “복싱도 중계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4년간의 밤낮 없는 훈련과 기다림은 바로 올림픽 무대 한 순간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기 종목 위주로 중계를 편성한 중계 형태가 올림픽 기간 내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인기, 비인기 종목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닌 스포츠 정신을 담은 중계를 기대하긴 어려운 걸까.

닷새 뒤 파리올림픽은 막을 내리지만 4년 뒤 LA 올림픽에서는 시청자들의 선택의 기회가 담긴 중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혜원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