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코메르시우 광장

모우라리아에 있는 파두기념비

임창숙 대표

파두 음악가 임창숙 소뉴 대표

파두 음악가 임창숙 소뉴 대표

‘파두(Fado)’. 대항해 시대,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노래를 말한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아리랑’쯤 되겠다. ‘파두’ 어원은 ‘운명’을 뜻하는 라틴어 FATUM에서 유래했으며 브라질을 비롯해 해외 여러나라 음악이 흘러들어와 포르투갈 정서와 결합해 만든 음악이다. ‘이방인의 노래’로 부르는 이유다.

필자가 파두를 만난 건 4년전 쯤 된다. 현재 광주에서 행복한문화제작소 수풀림 대표를 맡으며 파두 음악그룹 소뉴리더로 광주·전남을 비롯해 서울, 부산 등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연차는 짧지만 파두에 대한 자부심은 어느 누구보다 높다고 자신한다. 평론가 시선이 아닌 파두와 포르투갈 문화를 사랑하는 개인의 시각으로 포르투갈에서 만난 파두 음악과 그곳 사람들과의 얘기를 진솔하게 담아보려 한다.



■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

대항해 시대를 맞아 포르투갈 사람들은 삶의 터전이고 수단이자 삶의 전부였던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갔다. 자연스럽게 노래 속에는 그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삶의 애환이 담겼다. 식민지였던 브라질을 비롯한 해외 각국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와 포르투갈의 정서와 결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포르투갈의 정서란 우리나라의 아리랑 처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짙게 깔려 있다. 대항해 시대 역사적 상황 속에서 바다로 떠나보낸 남편과 자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그리움, 바다로 떠난 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노래속에 담겨 있다. 그 정서가 바로 사우디드(Saudade)다. 파두는 사우디드로 대변되는 그리움과 향수를 비롯한 삶의 애환을 토해내듯 뱉어내는 멜리스마 창법으로 부른다.



당시 포르투갈 귀족들은 금을 사 모으며 많은 부를 축척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 귀족들 삶은 부유해졌지만 서민들의 삶은 가난했다. 가난한 서민들이 선술집에서 술 한잔 마시면서 삶의 애환을 달래며 부르던 노래가 파두다. 파두를 ‘이방인의 노래’ 말고도 ‘선술집의 노래’라고도 부른 연유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있는 모우라리아 지역은 파두의 요람이자 발원지다. 최초 파디스타 마리아 세베라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 파두 음악 발원지 포르투갈 두번 방문

지난해 3월과 지난 6월 두차례 작심하고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다. ‘파두’를 사랑하는 음악인으로서 음악의 발원지를 가보지 않고 얘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찾아간 파두 발원지 모우라리아의 첫인상은 우울했다. 날씨 탓이었을까. 모우라리아 초입 Martim Moniz 광장은 조용하고 낯선 냄새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광장을 지나 파두 기념비가 세워진 Largo Severa에 도착하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골목길로 접어들어 산책을 했다. 기념비를 지나 골목을 돌아다니며 모우라리라 지역을 둘러봤다. 그 시절 이들에게 파두마저 없었다면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어찌 견딜 수 있었을까. 한동안 울적한 마음으로 바라다봤다. 파두는 시대의 슬픔과 삶의 애환을 노래한 음악이다. 가난한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함께 하면서 여러 세대를 거쳐 계승되며 유네스코 인류문화 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포르투갈 사람들의 파두에 대한 문화적 자긍심이 얼마나 큰 지 짐작케 한다.



모우라리아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는 대항해 시대 유적지 벨렝탑과 발견기념비가 있는 벨렝지구가 있다.

그 중 벨렝탑은 항해를 떠나는 남편과 자식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여인들이 그곳에 올라 배웅했다는 숨은 사연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그 아려오는 마음을 담아 파두곡 ‘Barco Negro’ 한 소절을 작은 목소리로 읊조려 봤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 했다. 파두 음악을 몇 백번 들어보고 수많은 자료를 찾아봤지만 파두의 근원이 되는 모우라리아와 벨렝지구에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낀 파두의 '사우다드(Saudade, 향수, 그리움, 갈망)는 앞으로 내게 파두에 대한 진정성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

대항해 시대를 기념하기 위해 벨렝지구 테주강에 세워진 발견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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