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회 김대중 정신계승 글짓기대회 입상작 연재
2013년 11월 27일(수) 00:00

집단의 딜레마를 넘어 유연함으로

고등부 대상 광주제일고 김석권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에는 햇볕정책으로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남북관계 또한 상호소통적이며 유연했다. 그 결과 남북관계의 막혔던 물꼬가 트여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이산가족상봉이 대규모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울긋불긋 아웃도어를 입은 남쪽 관광객들이 금강산에 오르는 진풍경을 보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진출했던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서 바야흐로 통일을 노래할 만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물론 햇볕정책으로 이루어진 대북 지원금이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그 돈은 핵무기를 만드는 데 쓰였으며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으므로 결과적으로 햇볕정책은 북한체제를 지지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논리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에게 보낸 국제성금을 이슬람 원리주의자이 가로채 무기를 구매하고 테러하는 데 쓰이고 있으므로 국제성금을 보낸 사람들은 곧 테러리스트라는 논리와 같다. 이는 모순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처럼 내가 낸 후원금이 횡령당하고 비리에 연루되며, 탈취돼 테러비용으로 쓰일까 봐 후원금을 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인도주의란 말은 아예 사라질 것이다. 테러비용으로 쓰일까 봐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북은 남한정부에서 보낸 지원금이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지 핵무기를 만들고 북한체제를 유지했을 것이다. 햇볕정책은 그 혜택이 비록 조금씩 돌아갔어도 북한 인민의 마음을 열었고, 적개심 대신 고마운 마음을 싹트게 했다. 남한의 이미지를 ‘미제의 하수인’에서 ‘잘 사는 동포’, ‘가고 싶은 나라’로 바꾸었다. 그 덕분에 남북의 긴장이 풀리고 한반도는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났으며, 김정은 체제이후 러시아워를 이루고 있는 탈북자의 수가 증가한 것도 이때의 햇볕정책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는 지정학상 6개국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평화가 깨지면 곧 세계 3차 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도로 민감한 지역이다. 미국과 일본은 공산주의가 남쪽까지 내려오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국과 러시아 또한 자본주의가 북쪽까지 올라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들의 이해관계가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으며 또한 언제나 전쟁의 불씨를 갖게 한다. 이러한 불씨를 햇볕정책을 통해 없애고 남북평화와 공존번영을 모색한 것이야말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만한 업적이었다. 돈 오퍼도퍼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 대학원 교수가 김대중 대통령을 “주변 4강과 모두 친하면서 대북관계를 개선하는, 한국에 꼭 필요하나 실현하긴 힘든 난제를 풀어낸 전무후무한 지도자”라고 극찬한 것은 적확한 표현이라 하겠다.
햇볕정책으로 금강산 관광이 가능해지고, 개성공단이 세워졌으며,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되었으며, 북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가 이루어지는 등 다양한 이점이 생겨났다. 개성공단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었다. 월평균 임금 132달러에 북한 근로자 수를 곱하면 매달 약 715만 달러, 연간 약 8600만 달러가 북한에 건네졌다. 물론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기업들이 해외진출로 발생했던 막대한 물류비용을 절약하고, 말이 통하는 인력을 싼 값에 쓸 수 있어 불량제품도 막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임금은 중국 칭다오공단의 3분의 1, 한국 시화공단의 13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토지 가격도 중국의 4분의 1, 베트남의 6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02년에 시행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는 북한에 자본주의의 싹을 틔웠다. 이 조치로 북한은 배급제를 폐지했고, 자본주의의 핵심인 시장을 열었다. 또 가격에 대한 결정권을 일부 시장에 위임했고, 개인이나 협동농장의 사적 소유권을 인정했다. 사회주의만을 고집해오던 북한으로서는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조치였다.
무엇보다도 햇볕정책의 가장 큰 강점은 장기적 안목으로 펼친 정책이라는 것이다. 통일을 예비해 남과 북의 경제 격차를 줄이고 또한 북한 국민들의 소득이 올라가게 된다면 북한 국민들은 사회현상에 눈을 돌리게 되고, 이로써 북한정권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북에 지원을 해줌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도 노렸다. 실제로 햇볕정책이 시행된 이후로 탈북자 수가 늘어났고, 남한이 북한보다 더 잘 산다는 것을 알고 북 주민들이 남한을 선망한다는 것은탈북자들의 증언으로 잘 알 수 있다. 북한에 남한의 이미지가 좋아진다면 사실상 북한의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북에 대한 외교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한반도의 위기는 곧 세계의 위기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평화는 곧 세계의 평화이다.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우리 민족만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개인이 딜레마상황에 처했을 때 의사소통이 잘 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되는 반면 집단과 집단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이 힘들고 문제 해결도 어려워진다. 즉 의사소통과 협력간의 상관관계가 개인 간에서는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집단 간에는 미미하다. 협력이 개인 간보다 집단 간에서 더 발생하기 어려운 건 개인 간 관계와는 달리 집단 간 관계에서는 어느 한 개인의 양보만으로는 협력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구성원 전체가 동의해야만 가능하므로 그만큼 협력발생률이 낮은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한반도의 평화에도 적용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집단과 집단 간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풀기 어려운 난제를 개인으로 환원해 해결한 선례이다. 남한과 북한의 헤게모니 장악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만 본다면 산적해있는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각각의 집단성을 과감히 내려놓고 개인 간의 상호소통이라는 우회로로 접근해 수십 년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연성으로 제2, 제3의 햇볕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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