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김대중 정신계승 글짓기대회 수상작 연재 고등부 대상
2016년 12월 01일(목) 00:00
변화하는 체제

잠시 태국에 살았을 때, 북한 식당을 방문해본 적이 있었다. 백의민족 답게 수수하지만 하얀 저고리에 은은한 푸른빛의 치마를 입고 서빙하는 북한 여자를 보면서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다 옛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곱게 웃는 모습을 보니 그것이 참말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음식을 먹는 동안 무대 위에서 갖은 장기와 춤을 보여주던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머리 위에 커다란 항아리를 이고 뚤레뚤레 도는 춤과 푸른 옷이 붉은 옷으로 변하는 마술까지 보고 나니 너무도 즐거워 지나가는 그녀를 세워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그러자 무대 위에서 싱긋 웃던 그녀가 갑자기 정색을 하곤 내 옆을 싸늘히 지나갔다. 당황한 나머지 그녀를 쫓으려 했지만, 옆에 앉아있던 일행이 나를 막았었다. 나는 원인 모를 유대감으로 그녀들에게 다가갔지만 그녀들은 날 외화벌이로밖에 보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중략>…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은 이솝우화 ‘폭풍과 해’에서 착안하여 무력이 아닌 대화와 이해로 북한의 마음을 열게 하자는 것이 요점이었다. 평화, 화해, 협력이라는 세 단어로 남북 간의 관계를 회복하려한 김대중은 이 정책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선공후득. 주는 것 먼저, 받는 것 나중이라는 뜻의 사자성어는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하려 했던 목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전과의 달리 북한을 우리의 동포로 인식하는 정책이었다.
쌀 달라면 쌀 줘, 소 달라면 소 줘. 답례할 필요 없는 조공에 북한의 마음이 조금씩 열렸으나 우리 국민은 걱정하였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게 되는 그들을 어떻게 믿냐면서 비난하고 헐뜯었다.
그들의 말이 전부 틀린 것은 아니었다.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위해 보낸 쌀은 핵 개발에 들어가고 우리가 보낸 조공 물품은 군부대로 돌아갔다. 남한은 북한에게 보낸 물품을 주민들로 돌리라고 충고하였지만 북한은 이미 자신의 것이라며 듣지 않았다. 남한은 남한대로 불만이었고 북한은 북한대로 불만이었다.
한치의 양보 없는 싸움에 패를 쥐고 있던 남한은 결국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실질적인 햇볕정책을 이러한 이유로 끝을 냈다. 그 당시 우리들이 반응은 이러했다.
“진작 끝냈어야 할 사치였다.”
하지만 정말 진작에 끝냈어야 할 사치였을까?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의 신뢰를 쌓기 위해 세운 정책은 서로의 불신으로 인해 붕괴하였다. 남북 관계를 악하게 만든 것은 남한의 아낌없는 배려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아니라 보상을 바라는 속물적인 마음이었다. 햇볕정책은 안보를 가장 우선시하되,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지속하면서 변화하는 북한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체제, 즉 남한의 도움에 의해 스스로 변화하는 북한이 햇볕정책의 목적이다. 우리가 햇볕정책을 사치라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햇볕정책의 진정한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햇볕정책을 북한의 핵 실험을 막는 데 실패했다고 말한다. 더 이상의 포용정책이 효용성이 있다고 주장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것들이 사실이라해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동의할 수 없다.
햇볕은 북한에 자본주의 싹을 틔웠고 작지만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분명 지원 이후 민심이 움직였을 것이다.
누군가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 하였다. 북한식당에 있떤 그녀가 날 외화벌이로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북한을 자원 공급책으로 치부하여 그들을 대하면 몹시 기분 나쁠것이다. 그래서 우린 햇볕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빈민국이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다. 두 눈 꼭 감고 그저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처음 변하는게 어렵지 두번 세번 하는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지 사람은 동정심을 느끼는 존재에 감정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하나 당부할 수 있는 것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후대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동맹국이 될 것이다.
/김다은(광주 명진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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