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떠나 팬이 즐겁고 인정하는 야구 하고싶어”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

2019년 03월 25일(월) 02:06
신인 입단후 팀에서 자리잡아야 강한 팀 돼

육성군 투타 전담코치 2~3명 기본기만 교육

순환 교육 프로그램 선수 맞춤식 훈련 실시

팬서비스 신경써…시범경기 중계도 그 일환

SK·두산 강팀…부상이탈선수 줄이는게 우선

베테랑·어린선수 양존 신구 조화 신경쓸 것



KIA 타이거즈는 11번째 우승을 달성한 지난 2017시즌이 끝난 뒤 당시 조계현 수석코치를 단장으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팀의 미래 전력 구성과 육성을 위한 현장 출신의 단장 발탁이었다. 그리고 조 단장은 올해 단장으로서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해 적응과 함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구상했다면 올 시즌은 이에 대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는 시기다. 조 단장으로부터 지난 1년간의 이야기와 올 시즌 선수 육성에 대한 계획을 들었다.



-KIA 타이거즈 단장으로 두 시즌째를 맞았다. 단장으로서 지난 1년을 보낸 소감은.

▲지난 시즌 단장이라는 위치가 처음이었고, 행정을 처음 해본 상태였기에 배우면서 지나간 한 해가 됐다. 현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이나 스태프들과의 소통은 문제가 안 됐다. 그런데 KBO 실행위원회는 낯설어 보였다. 행정을 배우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 것 같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적응은 다 했다.



-행정이 처음이었기에 쉽지는 않았다고 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45년간 야구를 했다. 현장에만 있다가 사무실에 들어오니 처음에는 앉아있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모든 게 어려웠다. 서류 접하는 부분도 그렇고, 야구계 사람들 대하는 것도 프런트랑 비슷하기는 한데 시스템 자체가 달랐다. 초반 몇 개월은 배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처음 단장에 선임됐을 때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며 육성을 강조했는데 장기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2017년 우승할 때 멤버를 돌아보면 야수의 경우 안치홍, 김선빈, 나지완, 이범호, 김주찬, 최형우, 김민식, 이명기가 있었다. 최형우는 FA, 김민식과 이명기는 트레이드돼서 팀에 왔다. 토종으로 KIA에 입단해서 자리 잡은 선수가 대표적으로 나지완, 김선빈, 안치홍 이 세 선수였다. FA와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11명을 뽑는다. 이 선수들이 2군부터 성장해서 1군까지 올라와야 한다. 물론 필요에 따라 트레이드나 FA 영입을 해야 하겠지만 너무 의존해버리면 우리가 지명해서 팀에 데려온 어린 선수들의 동기부여 명분이 약해진다. 팀이 강해지고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명해서 입단한 선수들이 3년, 5년, 또는 군대를 다녀와 6~7년 후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때 한두 자리 외부 영입을 통해 보강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한번 올라오게 되면 팀을 나가는 선수들이 있어도 계속 빈 자리를 메워줄 수 있다. 매년 팀이 상위권을 다투고 그 자리에 있지는 않겠지만 팀을 운영하는데 어려움 없이 끌고 갈 수 있는 분위기, 그것이 곧 강한 전력이다.



-육성군도 야심차게 시작했다.

▲기존에 1·2·3군과 재활군으로 운영했는데 최근에 1군, 2군, 육성군으로 명칭을 바꿨다. 육성군 투·타 전담 코치가 야수와 투수 2~3명 정도를 전담, 기본기를 가르친다. 타자는 스윙 메카닉, 투수는 투구 밸런스 등 기본기를 잡아주는 시스템이다. 육성군에서 잔류군을 거쳐, 2군으로 가는 시스템이 장기 프로젝트다. 지금 시작하는 단계인데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면 곧바로 2군에 올리는 순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시작단계인 지금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좋은 시스템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군, 2군, 잔류군, 육성군이 포지션별로 나눠진 것을 선수들이 인식하고, 해당 포지션에 갔을 때 노력만 해주면 생각보다 선수 육성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올 시즌 광주보다는 함평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함평에 자주 가고 있다. 며칠 전 함평에서 2군 감독, 2군 육성팀장, 잔류군 팀장, 매니저, 전력분석, 트레이너, 아카데미 투타 코치, 그리고 선수 5명이 참여한 미팅을 해서 프로그램 초안을 잡았다. 예를 들어 올 시즌 신인 투수 이태규와 야수 김민수는 신장에 비해서 체격이 왜소하다. 그래서 이 두 선수는 기본훈련만 소화하고 근력과 체중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세워달라고 했다.

훈련은 갈수록 전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다. 선수들의 특성을 개개인적으로 살려주고 훈련 방법도 이에 맞춰서 디테일하게 들어가는, 선수 맞춤식 훈련이 필요하다. 맞춤식 훈련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선수들에게 인식시켜주려 한다.



-구단별로 선수 육성 특징이 있을 텐데 KIA만의 다른 점이 있다면.

▲투타 아카데미는 이전에 삼성과 LG에서도 했다. 우리는 순환 교육 프로그램이다. 선수의 생각과 의지를 우선 반영하고 코치들은 서포터 해주는 역할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그 선수의 훈련 방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코치와 선수가 분석실에서 함께 영상을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맞춰가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주입식 훈련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선수 스스로 훈련 모습을 보고 코치한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고 질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력분석이 바빠질 것이다. 투수의 경우 볼을 던지는 것만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웨이트 하는 모습, 러닝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함께 본다. 선수들에게 더욱 정확한 자세로 웨이트하고, 뛰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코치에게 주문하도록 해서 맞춰나갈 계획이다.



-선수들 반응이 궁금하다.

▲선수들은 좋아했다. 자율권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코치들은 기술발전에 도움을 주는 서포터즈 역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코치들도 바빠졌다. 선수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알 수 없으니까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기술적으로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선수와 지도자 모두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치들이 더 긴장할 것 같다.

▲바빠졌다. 앞으로는 코치들이 선수 개인 파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선수의 특기와 장점을 파악하고, 훈련 방식과 그 선수의 습득 상황, 그리고 지도방식까지 기록해놓을 것이다. 앞으로 코치들이 순환되더라도 선수 파일만 보면 모든 것을 일원화해서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바뀌면 지도방식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선수는 혼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수들의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더 편해질 수 있도록 정리를 해놓을 계획이다.



-올 시즌 목표 관중을 90만 명으로 잡았다. 팬들에게 보여줄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경기적인 면은 당일 경기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 하지만 팬들이 챔피언스 필드에 왔을 때,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 경기에 갔을 때 선수들이 팬서비스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구단 자체적으로 팬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시범경기 자체 중계도 팬서비스 차원이었다.



-올 시즌 10개 구단 전력은 어떻게 보는지.

▲옛날에는 강·중·약이 나눠졌는데 지금은 아니다. 강팀은 SK와 두산이 있고 나머지 팀들은 중·약을 나누기 힘들다. 모두 중으로 보는 게 맞다. 부상이 적고 이탈선수 적은 팀이 성적을 꾸준히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부상을 줄이고 이탈선수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2017년 우승 경험과 지난해 힘들었던 경험이 올 시즌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우리는 베테랑 선수도 있고 어린 선수도 있다. 신구조화를 신경 쓰는 편이다. 팀이 계속 개편되고 해가 바뀌어도 신구조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고참, 중간, 막내들 각각의 역할이 필요하고 조합이 돼야 한다. 베테랑과 중간, 어린 선수들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래야 팬층도 다양하게 맞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베테랑만 있으면 베테랑 팬들밖에 안 생기고 베테랑 야구밖에 안 된다. 그런 조화들이 맞아야 기술력과 경기력은 물론이고 팬들을 다양하게 확보하게 될 것이다.

올 시즌 시범경기였지만 어린 선수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고무적이다. 이것이 육성의 기조다. 한 선수라도 자리를 잡아주면 나머지 선수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런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관리자들은 선수들이 안 흔들리게 서포터 역할로 끌어주면 된다.



-단장으로서 올 시즌 목표는.

▲팬이 만족하는 야구를 하고 싶다. 승패를 떠나서 팬이 즐겁고, 팬이 인정할만한 야구를 하고 싶다.

/사진=김태규 기자·글=최진화 기자
이 기사는 전남매일[jndn.com] 홈페이지(http://www.jndn.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jsnews00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