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밖에 나온 소감 짜릿하죠”

꼭꼭 숨었던 ‘기생충’의 지하남 박명훈
“촬영 시작후 1년 2개월간 SNS도 끊어”

2019년 06월 12일(수) 16:41
박명훈
“세상 밖에 나온 소감요? 감춰왔던 만큼 정말 짜릿합니다.”

영화 ‘기생충’에는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인 인물이 있다. 배우 박명훈(44)이 연기한, 박 사장네 집 지하 벙커에 숨어 살던 남자 근세다.

“아직도 세상 밖에 나온 것인지 아닌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근세와 인간 박명훈이 개봉 전까지 동일 선상을 걸어온 느낌이랄까요? ‘기생충’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1년 2개월 동안은 SNS 활동도 끊었거든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그도 함께 칸에 갔지만, 철저히 숨어있었다. 레드 카펫에는 서지 못했다. 그러나 함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다른 배우들과 영화를 관람했다.

“사진에 노출되면 안 되니까 떨어진 곳에서 봤거든요. 서운한 것은 전혀 없었어요. 2,300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데, 마치 오페라 아리아가 끝나면 환호하는 느낌이었달까요. 다른 배우들이 인터뷰할 때 저는 니스 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죠.”

근세는 어쩌다가 지하 벙커에서 4년 3개월하고도 17일을 살게 된 것일까. 박명훈은 “희망을 갖고 살았던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근세에 대해 생각 많이 했고 봉준호 감독님과 이야기도 나눴어요. 정말 평범한 인물에서 출발했죠. 남들보다 착하고, 그래서 퇴직이 빨랐고, 남은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했는데 망했고, 사채를 쓰다가 도망쳐서 지하에서 살게 됐죠.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인데 상황 때문에 이렇게 돼버린 거죠. 평범함에서 출발하니까 더 기이해지더라고요.”

박명훈은 근세를 이해하기 위해 촬영장에 한 달 먼저 가서 지하실 세트에서 시간을 보냈다.

“몇 시간 동안 누워있기도 하고 그랬더니 아련하고 몽롱해지는 느낌이었어요. 4년 넘게 그곳에 있었으니 말투도 느려지고 누가 뭔가 물어보면 멍하니 보고 있다가 답하게 될 것 같았어요.”

쥐가 뜯어 먹은 것 같은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 등 근세의 모든 설정은 봉 감독의 디테일한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박명훈은 “봉 감독은 기술적인 디테일보다 마음의 디테일이 더 좋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이 지난 3월 극소수 스태프만 참여한 상영회에 박명훈과 폐암 선고를 받은 그의 아버지를 초대한 것이다.

박명훈은 “제가 배우 중에는 이 영화를 가장 처음 봤다”며 “아버지가 영화광이신데, 영화를 보고 ‘영광스럽다’고 우셨다. 이후 가족들한테도 스포일러를 얘기하지 않으셨다”고 돌아봤다.

1999년 연극 ‘클래스’로 연기를 시작한 박명훈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비교적 낯선 얼굴이다. 2017년 독립영화 ‘재꽃’에 출연했으며 ‘기생충’이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박명훈은 “앞으로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인사드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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