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전달하는 80년대 청년들의 현실

아시아 미래 이끌 신인감독 '뉴 커런츠' 부문 상영작 ‘봄봄’

2019년 10월 08일(화) 17:16
지난 6일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봄봄’ 상영을 끝낸 리지 감독이 감독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후보에 오른 ‘봄봄’이 상영됐다.


BIFF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다 <1>



지난해 정상화를 거쳐 올해 재도약의 계기를 맞는 2019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다. 6개 극장 37개 스크린에서 초청작 85개국 299편,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45편이 상영되고 있어 부산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다.

올해는 아시아 여성 감독 3인 전과 아이콘 부문 신설,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상영 등으로 더욱 풍성한 영화제로 거듭났다.

특히, 올해 최초로 뉴 커런츠 출신 감독들의 작품이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동시에 선정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뉴 커런츠 부문은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 영화를 제작한 신인 감독을 위한 자리다. 뉴 커런츠 부문에 최종 선정된 두 작품은 3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받는 등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올해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14편의 작품 중, 리지 감독의 ‘봄봄’이 지난 6일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상영됐다. 부산 시민 및 외국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등으로 인해 좌석은 꽉 찼으며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는 리지 감독과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는 한때 중국의 경제 중심지였던 동베이성 치치하르시를 배경으로 한다. 공장들의 잇따른 폐업으로 실업자들이 늘어가고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면서 공허하게 변했다. 따촨은 임신 3개월 차 아내를 둔 한 집안의 가장. 따촨이 다니던 공장 역시 40개였던 생산 라인이 2개로 줄어들며 다음 달 해고 통보를 받는다.

따촨은 다음 달 퇴직 시 받게 될 3만 위안의 보상금으로 작은 가게를 차릴 계획을 세우지만, 도둑누명을 쓰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통째로 흔들린다.

영화는 처음부터 크레딧 자막이 올라갈 때 까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 청년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담아낸다. 리지 감독 역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치치하르시 출신이다. 그는 실제 자신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그의 친구가 다니던 공장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 실제 3년 반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작품을 제작했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만남 시간에 계속해서 발생하는 절도 사건으로 인해 친구가 다니던 공장에 결국 360도 회전이 되는 CCTV를 설치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중국의 동북지역은 취업자리가 많지 않은 곳이다. 젊은 사람들은 취업 및 학업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동북지역은 점점 낙후돼 간다.

리지 감독은 영화의 내용이 우리가 처한 현실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사운드를 삽입하지 않았다. 음악이 없어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트리지 않냐는 평가에 그는 “영화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공장이 등장하나는 두 씬에만 음악을 삽입했다”고 밝혔다.

리지 감독의 섬세함은 주인공의 이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주인공 따촨은 한자로 ‘대천’으로 풀이한다. 여기에 쓰이는 천(川)은 세 개의 선으로 구성돼 흐르는 샘처럼 길고 가늘고 곧은 이미지를 뜻한다. 실제 따촨 역시 큰 키에 마른 생김새로 이름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계속해서 잔잔하고 우울한 감정을 전달하지만 영화 속에 숨겨진 소소한 재미도 발견할 수 있다. 한때 배우를 꿈꿨던 리지 감독이 특별출연 해 영화의 끝부분에서 따촨의 아내에게 기쁜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소소한 웃음까지 안겨주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80년대 태어난 청년들의 현실을 다룬 ‘봄봄’은 중국 사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실업문제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담담하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보람 기자         이보람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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