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글짓기 대회 중등부 대상
2019년 12월 17일(화) 15:58
38선이라는 그리움

대성여자중학교
1-4 이도윤

만나지 못하는 소중한 존재에 대한 마음은 얼마나 귀중한가! 동경 124~132도, 북위 33~43도에 위치한 한 반도에게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한 선이 있습니다. 이 선은 쉬이 들을 수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습니다. 38선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오고 핏방울이 흩날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선으로 갈라진 수많은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 모릅니다.
2017년 초가을 즈음, 저는 제 가치관을 바꿔준 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초등학생 때 저는 주변 또래들이 “어서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북한으로 수학여행 가고 싶다.” 라는 말을 외칠 때 ‘통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진 조금은 독특한 아이였습니다. 반에서 통일 문제에 관한 토론을 할 때면 “통일이 되려면 우리가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한반도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어.”라고 주장하며 통일 반대 주장을 내세우기에 급급했습니다.
이런 저를 통일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신 할아버지는 우리가 존경하는 의사도 판사도 교수도 아닌 그저 요양원에 계시는 평범한 할아버지이셨습니다.
5학년이 되고 들어간 봉사동아리에서 ‘말동무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희가 요양원에 가서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간 요양원은 어느 요양원이나 다름없는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저와 친구가 한 조가 되어 어르신을 찾아다니는데 한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분은 침대에 누워서 가족사진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제 친구가 그 할아버지에게 다가가서는 “우와~ 무슨 사진 보시고 계세요?”라며 살갑게 말을 붙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이 할머니가 내 여동생이란다. 그런데 지금은 얼굴은커녕 생사조차 모른단다.” 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왜 못 보시는 거예요?” 라고 여쭈자 할아버지께서는 “내 여동생은 북한에 있어. 그러니 만날 수가 있나.” 라고 하시며 이야기를 해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성함은 ‘안성덕’으로 ‘이룰 성’자에 ‘덕 덕’자라고 하셨습니다. 원래는 북한 함경북도에서 태어나셨지만 대학을 다니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셨다고 해요. 그러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였고 그 길로 가족을 만날 수 없을 뻔 했던 것을 2007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기적적으로 만나셨다고 합니다. 물론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셔서 만나실 수 없으셨지만 여동생을 만난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셨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만남은 2~3일 밖에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50년간 만나지 못한 가족을 따라 고향집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이 짧은 만남이 끝나고 할아버지의 병세는 악화되시면서 2013년부터는 몸이 좋지 않아 동생을 만나러 가지 못한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저는 일주일만이라도 엄마랑 떨어져있으면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은데 할아버지는 50년이시라니 오죽 보고 싶으셨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께서는 “나는 그래도 가족을 한 번이라도 봤지만 아직 한 번도 못 본 사람들이 많아. 나는 어서 통일이 돼서 모두가 가족을 보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통일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북위 38도 위에 있는 선. 여러 사람들의 한이 맺힌 선이자 누군가에게는 기약 없는 약속을 주는 선 그리고 우리가 지워야하는 선. 통일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와 후손들을 위해서 없애야 할 그리움. 그것이 바로 38선입니다.
이 기사는 전남매일[jndn.com] 홈페이지(http://www.jndn.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jsnews00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