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카페] 전남 가볼만한 곳 보성 춘운서옥
2020년 03월 27일(금) 09:51
[이색카페] 전남 가볼만한 곳 보성 춘운서옥

고택 복원 아름다움 살린 한옥카페 ‘춘운서옥’
창 하나로 사계절 내내 살아움직이는 풍경화 만끽
김대중 전 대통령 친필휘호·오지호 화백 작품 등 볼거리 多
문화예술 공간 마련 계획…3천여 점 이상 소유

복고 열풍이다. 레트로(Retro)를 넘어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의 레트로(Retro)를 합쳐 ‘뉴트로(New-tro)’도 인기다. 디자인 분야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금새 실생활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과거가 새로운 창작 동력이 되는 것인데, 보성 춘운서옥은 ‘뉴트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고리타분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신선하다. 고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복원해 한옥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음과 동시에 샹들리에나 엔틱 찻잔, 아메리카노 등으로 카페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한옥의 멋스러움과 고즈넉한 우아함이 풍기는 카페 ‘춘운서옥(春雲書屋)’을 소개한다. 한옥펜션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다 한옥카페까지 오픈해 단기간에 보성의 명소로 자리잡은 곳이다. 뒤이어 오픈한 카페가 더욱 인기다.


글·사진 민슬기 기자


■볼거리 가득한 ‘춘운서옥’

카페명인 ‘춘운서옥’은 어려운 발음과 카페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네이밍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깊은 뜻이 담겨있다. ‘춘운’은 주인인 윤영돈 사장의 호(號)다. ‘봄에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서옥’은 ‘고서가 많은 집’이라는 뜻이다. 윤 사장은 건축가이기도 하지만 일평생 고서와 고화, 골동품 등을 수집하고 모은 수집가다. 언제든 도약할 수 있는 봄처럼 부지런한 그는 춘운서옥이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란히 선 석재품과 비경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이다. 춘운서옥은 주인인 윤 사장의 애정이 곳곳에 담겨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섣불리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잘 가꿔진 정원을 천천히 걷다보면 곳곳에 다양한 조경석들이 배치되어 시선을 사로잡고, 한옥과 잘 어우러진 조경수들에 감탄하게 된다. 카페가 있는 본관 입구에 서서 내려다보면 마치 무릉도원같은 자태를 뽐내는 전통한옥의 멋에 놀라게 된다. 춘운서옥은 150년 세월을 넘긴 고택의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곳이다.

역사가 살아숨쉬는 고택춘운서옥의 모태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임진영 가옥이다. 1987년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52호로 지정됐으며, 일반적인 상류 주택의 배치 방법과 달리 ‘ㄷ’자형 배치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어질 때부터 소나무를 바닷물에 3년간 담가두었다 3년을 건조한 후 10년간 공들여 지어졌다. 하지만 관리상 어려움 등으로 2009년 문화재 지정이 해제됐다. 윤 사장은 이를 인수한 후 2011년부터 5년간의 보수공사를 거쳐 전통가옥 본연의 모습을 복원시켰다.

약 1700평의 부지는 500년 이상 된 모과나무와 100년 이상된 소나무를 비롯해 20여종 이상의 수목이 새로 이식되어 자라고 있다. 춘운서옥에 따르면 임진영 가옥 외 웅치 소재 100년 이상된 안용섭 고택을 그대로 옮겨 복원하였으며, 보성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됨과 동시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한국관광품질인증이 완료됐다.

시그니처 메뉴ㅜ들
■과거를 말미암아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

춘운서옥은 윤 사장의 과거가 집약된 곳이지만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본관인 카페 맞은 편에는 깊지 않은 동굴이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는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는 좌석으로 이용 중이다. 레스토랑, 와인바 등을 운영하려고 생각한 그가 동굴을 만든지 어언 8년 째. 이곳은 사계절 내내 평균 16~22도를 유지해 와인같이 온도에 민감한 술을 저장하기 안성맞춤인 장소다.
윤 사장은 “손길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손색이 없고 한옥 외 이색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오픈했다”고 말했다. 동굴은 더 깊고 정교하게 만들어 수년 내 완성시킬 예정이다. “와인을 좋아해 와인바를 만드려고 한다.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작품 등 남도의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니 갤러리를 여는 것이 목표다”. 현재 그는 송운회, 소파 송명회, 효봉 허소, 석전 이희순, 송곡 안규동, 구당 이법재, 추범 선종석 등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3천여 점 이상 소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기, 수석, 서예, 서화, 석물 등 다양한 종류의 예술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금까지 수집한 예술품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지역민들이 함께 향유할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할 계획을 귀띔했다. 가진 것이 많은만큼 꿈도 많은 윤 사장은 베풂에 있어서도 넉넉하고 호탕하다. 현재 카페 내 걸려있는 서화들은 적게는 수백, 많게는 억을 호가하는 작품들이다. 그는 금액이나 희귀성과 상관없이 기꺼이 손님들과 공유한다. 작품들은 전부 진품이다. 현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나 미당 서정주 선생의 친필 원고, 오지호 화백 등의 작품이 걸려있는데 계절에 따라 갖고 있는 작품들을 교체할 예정이다.

시그니처 메뉴ㅜ들
■사계절 내내 즐기는 한옥카페

카페 운영은 서울여대 서양화과 출신인 큰딸과 순천향대 식품영양학과 출신인 작은딸이 도맡아하고 있다. 카페 내부 천장은 서까래가 드러나있지만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어 동서양의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엔틱한 가구와 소품들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테이블에 앉아 창을 바라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한옥의 창이 선비의 문학적, 예술적 감성을 보여주듯 창 하나로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화를 볼 수 있다.

춘운서옥은 하나의 큰 미술관이다. 카페마다 시그니처 메뉴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디저트 메뉴가 고정적이지 않다. 매번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탓이다. 기자가 다녀간 날 눈에 띄는 메뉴는 자색고구마 피스타치오 음료와 단호박/흑임자 컵케이크였다. 작은딸이 영양을 생각해 만들고, 큰딸이 미적 감각을 더했다. 자색고구마 피스타치오 음료(7,000원)는 옅은 초록빛의 음료 밑에 자색고구마 베이스가 깔려 색감의 대비가 무척 아름다웠다. 피스타치오향이 가득 퍼지지만 견과류의 느끼함 없이 깔끔했다. 단호박/흑임자 컵케이크(4,800원)는 적당한 달달함과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베이스인 빵은 촉촉하고, 올라간 크림은 맛과 향으로 풍미를 더했다. 기본이 되는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풍부해 베이커리류와 잘 어울린다. 쑥라떼는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져 있다면 다소 심심할 수 있지만 깔끔한 맛으로 뒤끝이 없다. 부드러운 크림 위에 올라간 생초콜릿이 인상적이다.윤 사장은 “녹차는 봄에 따는 것이 기본이라 녹차밭을 마련해놨다”며 “봄에는 녹차 관련된 메뉴가 많이 나올 것이니 많이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춘운서옥은 내부에 머무르며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외부로 나가 자연과 어우러지는 것도 좋다. 외부는 작은 소반을 곳곳에 두어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려면 총 3번을 방문해야한다. 볕이 잘 드는 날, 밤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비오는 날. 한옥카페는 언제 방문해도 멋스럽지만 마니아들은 비오는 날 방문한다. 낙수소리를 벗 삼아 창가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잔이 올해 가장 멋진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춘운서옥을 지키는 강아지 보리
춘운서옥은 보성터미널에서 차량으로 약 5분거리다. 이곳에서 차밭으로 유명한 대한다원 입구까지는 약 15분, 한국차박물관 약 15분, 언덕 아래로 차밭이 펼쳐지는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봇재휴게소까지 약 17분, 율포해변까지는 약 25분 거리다. 보성군 보성읍 송재로 211-9번지.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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