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차질 VS 자연성 회복" 찬반 팽팽

반대투쟁위, 악취나는 도랑 전락…청와대 시위 등 반발
환경단체, 녹조라테 주범…영산강 복원 플랜 수립 촉구
정치적 희생물·예산낭비 등 격화…갈등봉합 대책 시급
■지역 이슈- 영산강 죽산보 해체

2021년 01월 24일(일) 18:44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영산강 유역에 설치된 죽산보 해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펼쳤다.
영산강 유역에 설치된 죽산보 해체와 승촌보 상시 개방을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서며 지역사회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영산강 유역인 나주 시민들과 농민들은 농업용수 공급차질과 예산낭비 등을 이유로 법적대응까지 예고하고 있고,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찬성측은 보 해체를 서둘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 해체·개방이 정치적 희생물이 됐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면서 양 측의 갈등을 봉합할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이 시급해졌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대통령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최근 전국에 설치된 4대강 보 16개 중 5개의 처리방안을 확정했다. 영산강 유역의 죽산보는 해체하고,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08년 12월 4대강 사업이 첫 삽을 뜬지 약 12년 만의 결정으로, 해체 시기는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했다. 규모에 따른 예비타당성 조사, 하천 활용방안 설계 등 절차를 감안하면 해체 사업은 2023년에나 시작될 전망이다.

죽산보 해체와 승촌보 상시 개방이라는 결정이 나자 곧장 나주지역 주민들은 강력 반발, 환경단체는 미흡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양치권 죽산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은 “1,600억원을 들여 설치된 죽산보는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적 논리로 따지기 전에 영산강 유역 주민들이 원했던 숙원사업이었다”며 “죽산보가 해체되면 건천인 영산강은 또다시 물이없는 도랑수준의 악취나는 강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철거반대 투쟁위는 앞서 성명을 통해 “죽산보 해체를 결정한 물관리위원회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산강 유역 주민들을 대변할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면서 “환경부 자체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영산강 수질오염의 주범은 광주시에서 유입되는 생활오폐수인데, 환경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죽산보를 수질오염 악화의 주범으로 몰아세웠다”고 주장했다.

영산강 하류지역인 나주시 다시·왕곡·공산면 농민들도 보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은 물 걱정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죽산보가 담고 있는 물을 이용해 인근 250㏊ 농경지, 1,000여 농가가 혜택을 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죽산보를 만든 지 8년여 만에 또 혈세 250억여원을 들여 이를 다시 해체하는 데 대한 불필요한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죽산보 인근에 조성한 오토캠핑장과 야외공연장 등 문화관광시설도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반대 시위를 연 투쟁위는 향후 가처분 신청을 비롯한 법적투쟁과 죽산보 점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달리 지역 환경단체들은 죽산보 최종 철거 결정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녹조라떼 등 반복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체를 더 이상 지연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영산강재자연화시민행동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영산강 보 개방은 제대로 된 개방이 아니다”며 “겨우 수위를 2m 낮춰 유지하는 것으로는 물의 흐름이 회복되지 않는다. 당장 수문을 열어여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촌보도 상시개방으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보 해체와 영산강하굿둑 해수유통 등 영산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막힘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환경부는 보 해체를 포함한 영산강 복원 플랜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지하수 수위·생태 활성화 방안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필 환경운동연합 팀장은 “보 해체를 환영하면서도 2년 전 결정된 사안이 신속히 추진되지 않고 이제서 시행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는 경제성만 고려하기보다 생태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 해체에 따른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에 대해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는만큼 정부가 피해 상황을 확인,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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