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곳] 옛 곡성역 기차마을 ‘추억 가득’ 기차마을 6구 벽화
2021년 03월 23일(화) 15:21
[가볼 만한 곳] 옛 곡성역 기차마을 ‘추억 가득’ 기차마을 6구 벽화



주민들 사진 수집해 만든 타일벽 ‘눈길’

7080세대 감성 자극하기 안성맞춤

섬진강변 지나는 증기기관차 즐길거리



춘삼월이다. 겨우내 웅크렸던 생명들은 인고의 자생력으로 싹을 틔우느라 바쁘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만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이란 기차를 타고 떠나야 제맛이다. 한가로운 봄의 정취를 느낄 겸 색다르게 증기기관차를 타 보는 것은 어떨까. 살랑이는 바람 따라 아련한 향수에도 젖어들 수 있다. 아날로그 여행을 떠난 만큼 벽화 속 옛 추억을 만나는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다.



◇증기기관차 타고 섬진강 여행



옛 곡성역에선 증기기관차의 아련한 경적소리가 정기적으로 울린다. 만화나 오래된 영화에서 봄직한 우람한 증기기관차는 곡성의 필수 관광코스기도 하다.1998년 전라선 개량화 공사로 철길 13.2km와 곡성역이 폐쇄되자 곡성군은 폐철로와 배후부지를 매입, 폐철도에 관광용 증기기관차와 미니기차, 철로자전거 등을 운영하며 대표 관광지로 개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볼거리·놀거리·특산품이 없어 타 지역에 비해 지명도까지 약했던 곡성이었으나, 곡성역 개발은 지역관광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2005년 7월엔 특구지정 승인을 받아 기차역사를 정비하고, 인근은 공원으로 꾸미는 등 본격적인 기차마을 구축에 나섰다. 증기기관차도 각고의 노력으로 복원, 운행해 기차마을로서의 면모를 널리 알렸다.완성된 증기기관차는 기차마을을 출발해 가정역까지 약 10km 거리를 시속 30km 내외로 싸목싸목 달린다. 증기기관차는 섬진강의 굽이굽이 신록과 강변 풍경을 선사한다. 가정역에 정차하는 30분을 포함해 왕복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긴 겨우살이를 끝내고 이제 막 시작된 새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근대문화유산 된 옛 곡성역

증기기관차는 옛 곡성역에서 출발한다. 1933년 건립된 곡성역은 신역사로 옮긴 뒤 전라선 중심 역사로써의 기능은 잃었지만, 낡아 삐걱거리는 나무 의자와 약간의 빛바랜 창문 등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애써 세월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이겨내지 않았다. 1930년대 표준형 역사건물로 원형이 잘 보존돼 근대문화 유산(등록문화재 122호)으로 등록되는 쾌거도 이루기도 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배경 역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CG(컴퓨터그래픽)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로 옛 기차역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다.

곡성의 인심은 푸근한지라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근방에서 옛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조성해놨다. 목욕비가 300원 하던 시절의 목욕탕, 영화비가 70원 하던 시절의 상영관 등 7080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연령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여행이, 최근 부흥하기 시작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주민참여 적극’ 추억 듬뿍 벽화거리

곡성군은 군민과 지역을 찾은 향우 및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곡성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테마가 있는 벽화거리’를 조성했다. 당시 담당자였던 최원종 주무관은 “기차마을이 가장 큰 관광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입구 진·출입로 마을은 개선이 필요할 정도로 환경이 낙후돼 있었다”며 해당 마을을 선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곡성을 방문하는 분들은 대도시에 있는 시설을 즐기러 오는 게 아니다. 곡성만의 멋과 향수를 즐기러 오는 것이다”며 주민들과 상의 끝에 ‘추억의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 같은 조성 배경에 맞춰 옛 곡성역은 ‘반공 포스터’, ‘땅따먹기’, ‘술래잡기’ 등 정겨운 그림들로 채워졌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포스터도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자전거 바퀴를 이어붙여 아버지가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모습을 형상화한 모습은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기에 제격이다. 한 가지 색다른 점은 캐릭터들의 얼굴이 흐지부지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최 주무관은 “주민분들이 고령인 데다 실주거지이다보니 너무 잘 그리면 밤마실 다닐 때 놀란다 해 애매하게 마무리된 것이다”고 귀띔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실제 주민들의 옛 사진이 들어간 ‘우리 동네는 처음이지?’라는 진입로 벽이다. 대부분의 동네가 탐방로를 그려놓은 것과 달리 주민들의 옛 사진을 수집해 타일로 만들어 추억의 거리 시작을 알린다. 빛바랜 사진 속 장소와 시간이 ‘맞아, 그땐 이랬지!’라며 나의 추억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올봄,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뭣이 중헌지’를 찾아 나서 보는 건 어떨까.
/민슬기 기자         민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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