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과 작약
2021년 05월 26일(수) 14:07
목단 (출처 아이클릭아트)
모란과 작약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전문)



글 안수기 그린요양병원장



5월이 서럽다. 그날이 오고 그들이 덧없이 때문이리라. 그렇다. 모란이 질 때는,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터, 짧은 봄날이, 지는 꽃잎이 서럽기조차 하다. 엊그제 작약 옆에 피었던 모란이 진다. 허무하게. 허무하게. 이런 날에는 글조차 괴롭다. 서러운 봄날이 더욱 아려온다. 꽃은 지고 뿌리는 남는가?

시인들은 모란, 타짜들은 목단, 그렇다. 타짜들은 안다. 6월 목단, 국민오락인 화투의 6번째의 화상이다. 모란이라 부르면 그 판의 초짜다. 봉이다. 하여 나도 한의학도 마찬가지다. 모란보다는 목단! 그건 뿌리에서 증명된다. 뿌리로 내려가면 오늘의 주인공, 목단피(牧丹皮)이다. 3~5 년정도 자란 목단의 뿌리껍질을 말린 것이다. 보통은 파이프모양 가운데가 텅 비었고 둘레로 뿌리껍질이 둘려져 있다.

목단피는 한약 중에서는 제법 알려진 약이다. 성질과 맛이 매우 차고 쓴 약이다. 이는 진정시키고 열을 없애는데 유용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각종 흥분이나 발열 및 이상 과잉의 질환에 사용한다. 열감이나 민감성 등을 진정시키며 출혈이나 각종 어혈성 질환을 치료한다. 코피나 각종 출혈성 질환에서도 응용한다. 항균작용과 면역기능을 향상시킨다. 고수들은 혈압이나 혈당을 강하시키는 효과를 본다, 목단피는 다양하게 응용된다.

작약, 비슷하면서 조금은 차이가 난다. 모란의 사촌뻘이다. 덕분에 꽃도 구분하기 힘들다. 생김새나 화려함도 비슷하다. 모두가 성숙한 5월의 봄에 만개한다. 다만 모란은 나무인데 작약은 풀이다. 같은 종이기에 접붙이기가 가능하다. 모란이 필 때 작약은 봉우리를 맺는다. 하여 시인 김영랑은 모란에 전부를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란이 지면 작약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을까? 작약은 꽃으로도 알려졌지만 한약재로도 유명하다. 그 뿌리를 채취하여 말려서 쓴다. 한의학에서는 해열과 해독 및 진통과 소염의 효과가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바, 각종 면역력의 항진하여 항암 및 고혈압 등에 주목받는 약이다. 이 외에도 각종 부인과 질환의 치료에 응용되며 외부의 타박상에 의한 조직손상의 회복에도 효과가 좋다. 작약을 부를 때에는 두 종류로 나눈다. 적작약과 백작약이다. 물론 꽃에서 색의 차이다. 그런데 한약재에서는 조금 다르다. 뿌리의 껍질을 남겨두면 적작약이고 껍질을 제거하면 백작약이다. 적작약의 성질이 조금 강한 특징이 있다. 같은 작약인데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쌍화차, 예전에 다방이 전성하던 시대의 신화다. 다방에서 가장 인기 있던 음료 중에 하나였다. 날계란의 노른자를 올린 쌍화차는 요즘으로 말하면 브런치였다. 중년 남성들의 아침을 대신한 것이다. 그 유명한 쌍화차의 재료들 중에 하나가 작약이었다. 작약은 소화기의 장운동을 활성화하면서도 체력보강과 빈혈 등의 개선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쌍화차가 커피의 인기에 뒷전이다. 건강음료라 해도 이름도 생경한 공차 등으로 밀렸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 쌍화차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5월이다. 녹음은 짙어진다. 정원의 모퉁이에 모란과 작약이 솟아오른다. 자연은 때 되면 다 그 자리다. 반가움에 위안인데 사람들만이 서럽다. 코로나 유행 때문인가 보다. 전반적으로 조금은 침체되어 있다. 이제 모란과 작약의 화사함으로 봄을 보내며 여름을 맞자. 부귀와 영화, 화사함과 우아함에 익숙한 꽃들이다. 인생을 음미해본다. 더불어 자연의 보고인 한약재도 되돌아본다. 건강이란 맘껏 피어나는 것이다. 여름으로 달리는 듯, 벌써 더워진다. 그래도 좋다. 모란과 작약을 대하며 봄날의 단상을 지녀본다. 봄날이 간다, 서러움도 함께.

안수기 원장 한의학박사 .그린요양병원 대표원장 .다린탕전원 대표 .국무총리상 수상 .원광한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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