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2>뷰티풀 마인드

논리와 이성을 넘어선 사랑의 신비한 방정식

2021년 07월 22일(목) 12:59
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 컷.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천재 수학자 존 내쉬 삶 재구성
인간의 고뇌와 갈등에 초점 맞춰
인간 본성에 대한 수수께끼 풀어가

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 컷.


천재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의 삶을 재구성해 만든 영화가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다. 수학자로서 성과나 업적보다 인간으로 느끼는 고뇌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영화 속 예상치 못한 반전과 심리묘사는 존 내쉬의 삶을 모티브로 철저한 허구의 세계로 관객을 유인한다. 특히 존 내쉬가 조현병을 앓으면서 만들어내는 환상의 인물들을 통해 자아가 갈망하는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성으로 점점 황폐해져 가는 존 내쉬의 영혼을 찾아가는 데 주력한다. 더욱이 그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아내의 사랑과 감동으로 이야기를 꾸민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 컷.
제목인 ‘아름다운 마음’은 무엇일까? 라는 화두가 머리를 맴돈다. 해답은 영화 끝부분 존 내쉬가 노벨경제학상 수상 연설에서 밝힌 소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숫자를 믿어왔다. 추론을 끌어내는 방정식과 논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논리일까? 누가 이성을 결정하는 것인가? 나는 그동안 물질적, 형이상학적, 비현실적 세계에 빠졌다가 돌아왔다.” 이후 부인을 바라보며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발견이다. 어떤 논리나 이성도 풀 수 없는 사랑의 신비한 방정식이다”고 말한다.

실제 그는 조현병 때문에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영화 속 감동의 시상식 장면과 명대사는 허구다. 하지만 제목인 아름다운 마음에 대한 상징을 관객이 체득하는 순간을 만든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 컷.
특히 이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존 내쉬만 볼 수 있는 세 명의 환상 속 인물들이다. 기숙사 룸메이트 찰스와 그의 조카 소녀, 그리고 국가 정보요원 파커다. 모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존 내쉬의 이드(id) 속 숨은 자아가 갈망하는 인물이 이들이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물욕, 성욕, 명예욕에 대한 대리만족 상대이기도 하다.

찰스는 그가 갖지 못한 유쾌함과 사교성은 물론 직설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존 내쉬의 성격에 대한 트라우마가 이 환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찰스 조카인 마시는 어린 소녀다. 때문에 유아적 상태로 자유분방하게 놀 수 있는 나이다. 존 내쉬의 어린 시절 로망이 환상으로 표출된 인물이다.

정보요원 파커는 존 내쉬가 자신의 위대한 존재성과 사회적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환각이다. 오만하고 거만한 성격과 지적 능력을 표출할 수 있는 명예욕을 상징하는 환상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 컷.
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뿌리인 존 내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는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릴 정도의 천재 수학자다. 그는 ‘비협조력 게임이론’이란 27쪽짜리 박사 논문 하나로 150년 동안 지속된 경제학 이론을 뒤집고 신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50년 동안 조현병에 시달렸다. 대학원 시절부터 병이 방치되면서 악화된 셈이다.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한 채 환청에 괴로워했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5년 수학계의 노벨상인 아벨상을 받고 공항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중 택시사고로 부인과 함께 사망한다. 영화 같은 운명이다.

또 그는 오만하고 거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반증하듯 그가 쓴 논문 대부분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자랑하기 위해 자술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그는 다른 사람의 논문, 책 등을 전혀 참고하지 않은 자신만의 아이디어, 방법을 사용해 저술했다. 독창성과 천재성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 스틸 컷.
뷰티풀 마인드는 천재와 마음의 문제에 대한 상관관계도 고민하게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원스턴 처칠은 평생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또 빈센트 반 고흐도 심각한 양극성 장애를 앓았다.

영화는 뇌가 마음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현병,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등 마음의 오류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사랑, 사회성, 기억, 의식, 행동 등과 같은 인간 본성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특히 인간의 본성인 아름다운 마음은 최고의 방정식이나 논리, 숫자 등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찾는 사랑의 방정식에 대한 신비로움을 강조한다. 정답은 사람 속에 있다.

/사진 출처=CJ ENM

p.s. 게임이론과 내쉬균형

현대 게임이론은 ‘내쉬균형 이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세다.
게임이론은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이 공저한 ‘게임이론과 경제 행태’가 발간되면서 발전했다.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미치는 상호의존적, 전략적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연구한 이론이다.

특징 중 하나는 의사결정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이다. 즉 의사결정자의 선호는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 또 상대방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부분이다. 바로 전략적 상황을 고려한 의사결정이다.

게임이론은 경기자, 전략, 보수라는 요소로 구성된다. 경기자는 게임의 주체로 사람, 기업, 국가일 수 있다. 전략이란 경기자가 행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행동이다. 보수는 각 경기자가 선택한 전략에서 돌아갈 결과를 수치로 나타낸다.

애덤 스미스는 개인이 자신을 위해 노력할 때 최고 결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존 내쉬는 이 이론에 반대해 집단 속 개인은 개인 이익은 물론 집단 이익을 위해 노력할 때 최고 결과가 나온다는 새로운 게임이론을 만든다.

내쉬균형은 게임 참여자가 상대방의 전략을 고정된 것으로 보고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최적인 선택을 할 때, 그 선택들의 결과가 균형을 이룬다는 논리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게임에서 누구든 다른 대체 전략을 선택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인 균형점 하나는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존 내쉬의 비협조적 게임이론은 게임에서 손해를 다룬 논문으로 과점시장 문제 등 경제학은 물론 사회과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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