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어선 통항 허용·이익 공유형 모델 제시

탄소섬유 활용·석션버켓 공법 등 신기술
인공어초 역할 주변 해양생태계 다양화
2028년까지 14조원 투입 2.4GW 조성
전남형 뉴딜 핵심 해상풍력 <3>서남해 실증단지 사례

2021년 07월 29일(목) 18:11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전경.
지난 15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에 위치한 서남해 한국해상풍력(한해풍) 실증단지를 방문했다.

비교적 맑은 날씨에 바람은 잔잔해 터빈이 세차게 돌아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날개가 공기를 때릴때마다 풍력발전 특유의 ‘쉭쉭’ 거리는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는 현재 60MW 규모의 풍력 터빈 20기가 설치돼있다.

사입비는 총 3,718억 원이 투입됐으며 이곳에서 1년간 만들어진 전력 155GW는 부안·고창 지역 주민 5만 가구에 공급된다.

먼바다에는 800m 간격으로 띄엄띄엄 놓인 터빈 앞에 네모난 해상변전소도 눈에 띈다.

해상변전소는 3MW 20기의 터빈에서 모은 22.9kV의 전압을 154kV로 승압해 육지 변전소로 송전하는 역할을 한다.

터빈에서 육지까지 전기를 옮기는 과정에서 송전 손실을 줄이고 케이블망 단가를 낮춰준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설치된 풍력 터빈 20기 중 17기는 새롭게 개발된 ‘TCS’타입이며 3기는 기존제품인 TC2 타입이다.

TCS타입은 기존 유리 섬유로 만들어지던 터빈 날개 블레이드를 탄소섬유로 대체해 경량화 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해 사용률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기후적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날개 길이가 커지면서 직경이 134m로 기존(100m)보다 34% 증가했지만 중량은 12.2톤에서 14.2톤으로 16.4%늘었다.

탄소섬유를 통해 블레이드 회전 면적을 늘린 반면, 중량은 최소화하면서 이용률을 높힌 것이 특징이다.

풍력발전기 중 1기는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신기술인 ‘석션버켓 공법’으로 하부 기초구조물을 구성했다. 석션버켓 공법은 대형 강관(버켓)위에 설치된 펌프로 해저면 물을 배출해 파일 내외부 수압차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이 힘으로 하부 기초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암반층까지 구조물을 때려서 말뚝처럼 박는 ‘자켓 공법’에 비해 시공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시공과정에서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역시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풍력단지가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해 이로인한 어업활동 제약과 소음 발생 등이 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은 2011년부터 추진됐지만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정부와 지자체 등이 개발협약서를 체결한지 10년이 다 돼서야 겨우 실증단지가 완공됐다.

주민 수용성을 높히기 위해 한해풍은 국내 최초로 단지 내 어선 통항을 허용했다. 통항금지구역을 구조물 반경 100m이내로 최소화하면서 10톤 이하, 닻 크기 10kg 이내 어선은 터빈 사이를 지나며 낚시·통발·복합어업 등을 할수 있게 했다.

더불어 이익공유형 모델을 제시해 발전수익을 주민에게 나눠준다. 사업비 중 약 4%가 주민 투자 몫으로 할당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서남해 해상풍력 1단계 실증단지는 해양생태계도 다양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인선 한국해상풍력 운영팀장은 “막상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니 인공어초 역할을 하게 되면서 주변 해양생태계가 풍부해졌다”며 “모니터링 결과 구조물 표면에는 해조류와 굴, 말미잘 등이 부착 서식하고 수중에는 조피볼락, 돔류 등이 무리지어 분포하고 있다. 해저층에는 새우, 게, 해삼 등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 발전의 문제점 중 하나인 소음 문제 역시 해상에서는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양 운영팀장은 “육지에서 1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파도 소리 등을 감안하면 자체적인 소음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소음에 관한 연구용역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사업을 3단계로 나눠서 추진하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사업은 2028년까지 민자 14조원을 들여 전북 고창·부안 해역에 2.4GW 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는 것으로, 2022년에 우선 400㎿ 규모의 시범단지를 착공한다.

나머지 2GW의 확산단지는 2023년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완공된 60㎿ 규모의 실증단지까지 포함한 이 단지의 발전용량은 모두 2.46GW으로 충남도 전체 인구와 맞먹는 224만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하지만 GW 단위의 대형 해상단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해상풍력 발전기로 접근할 수 없으며 파고 1.5m 이상이면 배를 띄울 수도 없어 유사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풍속에 따라 널뛰기하는 공급량도 문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어렵고, 바람이 많이 불면 순간 공급량이 많아져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대형 단지를 위해서는 8MW 이상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2022년에 8MW급 대용량 풍력 발전기 제품 개발을 앞두고 있다.

영국·독일 등 해상 강국에서는 8MW 터빈이 상용화 됐고 12MW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해풍 관계자는 “국산 설비 경쟁력을 높히고 산업을 활성화해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길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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