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금융교육, 그게 왜 필요한데?

권창우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장

2021년 11월 09일(화) 09:02
권창우 금융감독원 광주지원장
금융은 돈의 흐름이다. 다시 말하면 자금(돈)을 빌려주고 빌리거나, 돈으로 다른 금융상품을 사고파는 거래를 말한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형태가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달리 말하면 여윳돈이 있으면 저축을 하고 돈이 필요하면 대출을 받는다. 예기치 않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도 가입하고, 돈을 불리기 위해 펀드나 주식을 하기도 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돈과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없다. 물론 돈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대상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돈의 흐름, 즉 금융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 교육열이 부족해서는 아닐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남다르다. 교육열을 기반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선진국에 진입했고 민주의식을 성숙시켜 서구사회가 200년 넘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이룩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그런데 금융교육은 어떠한가? 금융이 당장의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인지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관심이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금융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은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실시한 2020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최근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금융이해력(2020년 기준)이 과거보다 많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6.8점인데 이는 OECD 10개국 평균인 62점을 웃도는 수준이다. 2018년 조사결과인 62.2점과 비교해서도 4.6점 올라간 것이다. 최근 동학개미 운동 등 뜨거웠던 투자 열기로 인해 금융 지식의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사회 초년생인 29세 이하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이 64.7점으로 OECD 기준(66.7점)을 하회하고 60대(65.8점) 보다도 점수가 낮다는 점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청년들이 금융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로 사회에 진출하여 많은 시행착오와 큰 비용을 치루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첨단 전자기기에 가장 익숙한 청년들이 역설적으로 금융 부문에서는 가장 취약한 수준이라는 사실은 조기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금융교육 부족은 곧 금융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대출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서류를 허위로 조작해 대출을 받게 하고 대출금의 약 30%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금융사기가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10대, 20대를 상대로 한 금융사기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의 상당 부분이 저금리 대환대출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저축은행, 카드론, 캐피탈, 대부업체 이용고객에게 접근하는 수법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부터 금융교육을 충실히 받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는 피해다.



금융감독원은 조기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초·중·고 금융교육 표준교재 등 맞춤형 교육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금융회사 점포가 인근 학교와 결연을 맺고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1사 1교 금융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교육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센터 홈페이지(www.fss.or.kr/edu)를 통해 온라인으로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으며, 보드게임·웹툰 등 많은 금융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대학들과 협업을 통해 사회진출을 앞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 실용금융’ 강좌를 정규 교과과목으로 개설하여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2021년 2학기에도 89개 대학이 강좌개설을 신청하여 7,000여명의 대학생이 수강하고 있는데, 항상 정원대비 많은 인원이 수강신청을 하는 인기 강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다향한 금융교육프로그램은 교재부터 강사지원까지 모든 것이 무료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꼭 알리고 싶다.

광주·전남 지역 내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광주전남지원은 수도권 위주로 편중된 금융교육을 광주·전남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자체·대학·금융기관 등으로 구성된 ‘광주·전남지역 금융교육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지역 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교육기회 제공 등 금융교육 현안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도 2021년 1~10월 중 지역 내 고용센터, 사회복지시설 등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총 54회 방문금융교육을 진행하여 금융상품의 종류와 올바른 선택법, 신용관리 등 필수적인 금융지식을 전달하였다.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적극적이며, 쉬는 시간에는 저마다 궁금했던 금융 관련 내용을 묻기도 한다. 그곳에서 만난 20대 청년은 “사회에 나와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금융지식이 너무 없어 당황스러웠다. 월급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학교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학교 현장에서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교육은 장차 사회에 나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 과목이라 할 수 있다.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말처럼 금융을 모른다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국민들이 개인의 삶에 필요한 금융역량을 갖추고 슬기로운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 학교, 가정 모두가 조기 금융교육을 위해 힘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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