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이어져온 수렵 놀이 ‘매사냥’

단순 포획 아닌 인간과 매가 함께하는 합작품
대전과 진안에서 열리는 시연회 각자 매력 달라
유네스코 등재 됐으나 지역무형문화재 2명으로 그쳐

2022년 01월 06일(목) 16:13
장끼를 사냥 중인 1년생 참매./김태규 기자
수천년 이어져온 수렵놀이 ‘매사냥’

단순 포획 아닌 인간과 매가 함께하는 합작품
대전과 진안에서 열리는 시연회 각자 매력 달라
유네스코 등재 됐으나 지역무형문화재 2명으로 그쳐

[전남매일=민슬기 기자] 매사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렵술 중 하나다. 맹금류가 짐승을 사냥하는 습성을 사냥에 이용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1950년대까지 민간에서 성행했다. 지난 2010년 벨기에, 프랑스, 몽골 등 11개국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 시켰으나 우리나라는 지역에서 보존시켰을 뿐, 국가지정무형문화재로는 승격되지 않았다. 게다가 여전히 국내 응사는 단 둘뿐이다. 각국에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매사냥이지만, 지역에서만 보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생과 사, 그리고 삶 ‘매사냥’

“매 날아간다!”

아득히 날아간 송골매가 쏜살같이 하강한다. 사람의 눈이 쫓기 어려운 속도다. 혼비백산 도망치던 까투리는 날카로운 발톱에 목이 꺾여 생을 마감한다. 관중들은 숨 죽여 그 장면을 지켜본다.
“이럴 땐 박수 한번 나오는건데?”
그제야 무르익었던 긴장감을 터트리고 박수가 쏟아진다. 익살스럽게 호응을 주도하는 실력 또한 일품이다. 지난해 12월 매와 함께 호흡을 맞춰 보인 이는 대전에서 무형문화재로 활동 중인 박용순(64)응사다.
송골매는 날개로 먹잇감을 가린채 식사에 여념없다가도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곧장 주변을 살핀다. 서늘하다못해 오싹하기까지 한 눈빛. 이렇듯 예민하고 경계심 높은 매를 길들인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교감을 하고 함께 사냥을 하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 국내 응사가 둘뿐인 이유다.
전북 진안군에서 활동하는 박정오(80)응사의 시연은 앞서 지난해 11월 열렸다. 이르게 찾아온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야산에 구름떼처럼 모인 관중 덕에 활기가 가득했다. 2~5년생 참매로 사냥하는 박용순 응사와 달리 박정오 응사는 1년생 보라매로 시연을 보였다.
수지니는 사람의 손으로 길들인 매나 새매를 뜻하고, 날지니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매를 뜻한다. 보라매는 난 지 1년이 안 된 새끼를 잡아 길들인 것을, 산지니는 산에서 자라 여러 해를 묵은 매를 말한다. 매는 털 무늬가 아래로 향하지만 자랄수록 무늬가 가로로 변한다. 매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1년생 보라매의 경우 활발하지만 사냥 기술이 다소 서툴다. 2년 이상 자란 산지니는 노련하고 사냥 기술이 뛰어나지만 간혹 거드름을 피우기 일쑤다. 매는 사람의 기질과 가장 닮은 새라 공존할 수 있다.
버렁 위에서 박정오 응사와 대기하던 1년생 보라매가 까투리를 보고 비상했다. 하지만 살고자하는 필사적인 날갯짓에 매가 한발 늦었다. 숲 너머로 사라진 그들을 보고 박정오 응사가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살아 도망친 꿩은 무리하게 쫓지 않고 자연으로 되돌려보낸다. 자연의 섭리다.
시치미를 달고 사냥애 나선 참매./김태규 기자

두 번째 시연이 끝날 때쯤 까투리를 좇아 숲 너머로 사라졌던 1년생 보라매가 박정오 응사와 함께 되돌아왔다. 부리가 피로 물들어있었다. 끝내 사냥을 마친 모양이었다. 깃에서 시치미(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새기고 위치를 찾기 위한 도구)가 달랑거렸다. 지금은 위치추적기로 매를 추적하지만, 예전에는 시치미에 새겨진 기록을 보고 매 주인을 찾아주었다. 이때 돌려주지 않고 시치미를 떼 본인이 가로채는 행동을 빌어 ‘시치미 뗀다’는 말이 생겼다.
이처럼 대전과 진안에서 각각 열리는 시연회는 볼거리나 사용하는 매가 달라 일부러 찾아가볼만 하다.

◇ 반복 훈련 통해 사냥 준비

멍텅구로 송골매를 훈련 시키고 있는 박용순 응사./김태규 기자
매는 배가 너무 고프면 사냥을 하지 못하고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이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응사의 실력이다.
대전에서는 사냥 전에 ‘줄밥훈련’을 먼저 보인다. 매를 줄에 묶은 후 반대쪽에서 손목까지 오게 하는 훈련이다. “헛! 헛!”하는 독특한 소리로 매를 부른다. 닭고기로 유인을 하는 것인데, 주인을 알아보고 날아오면 점점 거리를 늘려간다. 매와 교감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박용순 응사는 2미터는 족히 넘는 나무 위에 참매를 올려 보내고 줄밥훈련을 선보이기도 했다. 앉아 깃을 다듬던 참매는 주인이 부르는 소리를 듣곤 쏜살같이 하강해 버렁 위에 앉는 신기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멍텅구’시연이었다. 멍텅구는 인조새 미끼로 불필요한 살생을 막고 야생성과 사냥 능력을 기르는 행위다.
박용순 응사는 “하늘과 땅과 사람의 동행인 스포츠가 매사냥이다”며 “매와 사람, 자연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절대로 행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국가무형문화재 승격 도전

박용순 응사가 참매에게서 사냥한 꿩을 뺏고 있다. 매발톱이 상하지 않게 빼내는 것도 응사의 실력이다./김태규 기자
매사냥은 지난 2010년 우리나라를 포함해 벨기에, 프랑스, 몽골 등 11개국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 시켰다. 한가지 다른 점은 참매를 이용한 매사냥은 우리나라에서만 전해지는 유구한 전통문화란 점이다. 유구한 역사를 지녔지만 여전히 지방무형문화재로만 관리되고 있다.
박용순 응사 측은 이에 대해 “국가무형문화재 선정 방식이 상당히 주관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심사위원이 인문학자들이다 보니 매사냥에 대해 학술적 견해만 펼친다는 것이다.
매사냥은 보통 12월에서 2월 사이에 행하고 강풍이 불거나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에는 강행하지 않는다. 또,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에서 신라 진평왕, 세종 등이 매사냥을 했다는 기록을 근거로 축제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꼬투리 잡았다고 한다. 그는 민간에서 하는 매사냥은 축제 분위기가 아니라 놀이에 가까웠다 토로했다. 이어 몰이꾼이나 개는 부수적인 선택사항인데 가장 중요한 매와 훈련법, 응사의 실력, 매방울 만들기, 그물 등에 가려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냥 시연 전 참매를 만지며 교감을 나누는 박용순 응사./김태규 기자
박 응사는 “한번 심사에 탈락하면 2년 뒤에야 다시 심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매사냥이 여전히 지방문화재에 머무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재심사를 받아 매사냥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이고 역사와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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