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문화관 건립…아시아 도자문화 거점센터 구축"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
도자·신안해저문화재·융복합 디지털 콘텐츠 구상
광주전남 역사문화 심화연구 통해 상설전시실 보완
비엔날레서 '일시적 주권' 전시…미래지향 메시지

2023년 03월 19일(일) 17:15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이 취임소감과 앞으로의 역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태규 기자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55)이 지난 달 2일 취임했다. 이 관장은 오는 2025년 완공할 예정인 도자문화관을 한국 도자기의 메카 뿐 아니라 아시아 도자문화의 거점 센터로 구축해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외에도 신창동 유적의 경관 복원을 위한 분야별 연구와 문화 취약층을 위한 관람 강화 등 친화형 박물관으로 다가가겠다는 계획도 있다. 이 관장은 세기의 기증이라고 불리는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을 선점해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을 개최하는 등 박물관 주요 보직을 거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장 취임 소감은.

▲한국 도자사 전공자로서 국립광주박물관의 기관장으로 일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광주·전남은 도자 유물이 풍부하다. 강진에는 고려시대 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한 최고급 청자를 만들었던 청자 가마터가 있다. 광주 무등산 자락에서 제작된 조선시대 충효동 분청사기도 유명하다.

국립광주박물관에는 1323년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에서 나온 무역 도자 1만 7,0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아시아 도자 문화센터 건립을 앞둔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에 일하게 된 만큼 지역과 국립광주박물관 자원을 잘 활용해 사업을 차질 없이 잘 꾸리겠다.



-취임 두 달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1978년 개관 당시 국립광주박물관은 호남권 유일한 고고학 및 미술사학 분야 전문기관이었다. 1990년 국립전주박물관과 2013년 국립 나주박물관, 2015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문화 기관이 잇달아 건립되면서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문화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광주 지역사회와 문화기관과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람객의 수요를 중심에 두고 광주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기관과 주요 명소를 돌며 수요자 선호도도 분석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 평일과 주말 모두 방문해 시간별 이용객과 전당을 찾는 관람객 특성을 살폈다.



-역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주요 역점사업은 아시아도자문화교류거점이 될 도자문화관 건립, 지역학 연구, 문화예술 연계다. 2025년 개관 예정인 도자문화관의 경우 4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전시 구성과 연출, 디지털 콘텐츠, 소장품 이전 작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광주·전남의 역사·문화 연구 심화와 활용을 위해 상설전시실의 보완작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도자문화관에 아시아도자문화실을 옮기고 상설전시실 1층에는 광주 신창동 유적과 연계된 지역·농경문화에 특화된 역사의 전시환경을 활성화할 것이다.

신창동 유적의 경관 복원을 위한 분야별 분석작업, 학술대회 및 보고서 발간 등도 함께 진행하겠다. 문화 취약층을 위한 관람을 강화하고 전시 서비스 점검과 시설확충작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이외 지역 문화행사, 전문예술작가들과 협업해 관람객이 즐거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문화기관의 학술출판을 지원하는 사업도 이어가겠다.



-도자문화관 활용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현재 도자문화관 전시실은 한국 도자, 신안해저문화재, 융복합디지털콘텐츠로 구성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무하면서 한국 도자 전반에 대한 구성을 기본으로 백자실과 청자실을 개편했지만, 지역에서는 또 다른 기획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도자실에서는 좀 더 지역 도자기에 대한 심화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전시를 구상하고 있다. 신안해저문화재의 다량의 전시 기획은 이미 선보인 바가 있어서 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유물에 포인트를 주거나 거시적인 관점의 네트워크 선상에서의 스토리를 잡아서 차별화된 기획을 선보이겠다. 기존에는 광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도자기와 도자기편을 선보이려고 했다면 최신 흐름에 부합하는 융·복합 디지털 콘텐츠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에 오기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특별전을 기획한 배경이 궁금하다.

▲ ‘세기의 기증’이라 불리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증품은 지난 2021년 4월 국립중앙박물관에 2만1,000여점, 국립현대미술관에 1,488점이 기증됐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제작 배경, 연대, 특성이 다양해 기존의 역사적 맥락으로는 도저히 다룰 수 없어 융복합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기증의 의의를 살리면서 ‘방대한 문화유산은 결국 인간이 만든 문화유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인간’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주제를 나누고 총 355점을 추렸다.

기증전시가 사람들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문화재와 현대 미술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융복합 전시라는 점이다. 기증품 자체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는 점, 인류의 공통 주제를 다룬 전시 기획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전에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작품 공개로 차별성을 둔 점도 꽤 흥미로웠다.

▲특별전을 선보이는 지역의 특성이 담긴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광주와 서울, 대구 등지에서 공개되는 작품 모두 다르다. 광주는 예향 도시이고 남도 문화를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에 서울전에서는 보지 못한 김홍도, 신윤복 등 서화류를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서울전 이후 열린 광주전에서 새 작품이 공개된다는 소식에 전국각지에서 국립광주박물관을 찾았다. 전시 마지막 주말에는 1만 명이, 전시 기간 총 30만 명이 국립광주박물관을 찾아 전시를 관람했다. 광주 이후 열린 대구는 고고학을, 청주는 공예품 위주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소개해달라.

▲광주비엔날레 전시 기간(4월 7일~7월 9일)동안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일시적 주권’의 소주제 전시가 열린다.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캔디스 리 등 6명의 작가 작품과 함께 국립광주박물관은 신안해저유물 중 신안 청자대반(신안8)등 80여 점을 공개한다. 신안해저유물 중에는 대량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과 당시 작업환경과 도공들의 건강상태를 연구한 기록도 있다. 이와 결합해 당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억압과 차별뿐 아니라 이를 극복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도 전달하겠다. 현대작가의 작품과 함께 신안해저문화재에 담긴 의미를 살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도자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배경은.

▲도자기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1987년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학과사무실 게시판에 붙어있던 영암 구림리 가마터 발굴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가마터 발굴에 참여하면서다. 영암 구림리 가마터는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전환하는 과정의 도기 요지다. 국내에 가장 시기가 이른 시유도기 생산지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발굴에 대한 의미도 영암 구림리 가마터의 의미도 몰랐다. 발굴에 참여하면서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흙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1991년 강진 고려청자 가마터 지표조사와 1992년 충남 학봉리 가마터 발굴에 참여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광주에서 열고 싶은 기획전이 있을 것 같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전시 경험이 제일 많은 큐레이터지만, 대형기획보다는 ‘박물관은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주고 싶다. 국립광주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는 많은데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을 맞았다. 이후 1978년 광주국립박물관이 건립됐다. 광복 이후 최초의 국립박물관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향성을 두고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 또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전시가 많이 열리지만 국립광주박물관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광주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025년도자문화관 건립을 앞둔 시작점에 관장으로 임명받았다. 역할과 과제를 처음부터 부여받고 왔다고 할 수 있다. 임기 중 특별전시를 기획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하고 완수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도자문화관의 완공이다.

도자문화관을 한국 도자기의 메카뿐 아니라 아시아 도자 문화의 거점 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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