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예찬 100편 삶의 통찰 번뜩

문순태 시집 '홍어' 출간
요리·부위·맛 언어로 형상화
민초 빗대 표현 숙성과정 은유
“전라도 비하 표현 마음 아파”

2023년 04월 11일(화) 18:12
“코에서는 수천 마리 벌 떼가 날고/입안에서 요지경 속 떼춤을 춘다.”(‘홍어삼합’중에서)

홍어삼합, 무침, 탕, 전, 튀김, 찜 등 홍어를 이용한 음식은 독특하면서도 다양하고 맛깔나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예로부터 장례식이나 결혼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다. 이런 홍어의 여러가지 요리와 코, 애, 날개 등 부위별 맛 등이 감각적인 언어를 통해 시로 형상화됐다.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과 ‘징소리’로 잘 알려진 소설가 문순태 작가가 시집 ‘홍어’를 펴내 홍어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생오지에 누워’와 ‘생오지 생각’에 이은 문 작가의 세 번째 시집 ‘홍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붙박여 지낸 3년 동안 홍어를 소재로 쓴 100편의 시가 수록됐다.

어려서부터 홍어를 유별나게 좋아했다는 문 작가는 여러가지 홍어요리를 맛깔스럽게 시로 표현했다. 부레가 없는 홍어를 낮은 땅에 엎드려 살아온 민초들에 빗대어 표현하는가 하면,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홍어 숙성과정을 짓밟힐수록 강해지는 우리네 삶의 고통으로 은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너는 아무나 먹을 수 있는/비린내 나는 물고기가 아니다/짓밟힌 민초들의 울부짖음”, “오래 삭힐수록 더 날카롭게/되살아나는”으로 표현된 전라도 대표음식 홍어는 백성의 물고기이자 민초들의 고통과 눈물이 담겨져 있다. 이제는 단순히 먹는 물고기를 넘어서 굴곡진 삶 속에 깊이 배어 있는 보편적 정서가 됐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홍어를 매개로 체득해 낸 삶의 통찰도 돋보인다.

“껍질이 질긴 것은 속이 물렁하고/껍질이 연약한 것은 속이 견고함을”이라든지 “오래 씹을수록 더디게 살아나는/질긴 사랑처럼 깊은 맛”, “썩는 것과 삭는 것은/숨을 멈춘 것과/숨을 이어 가는 것의 차이/그러므로 홍어가 삭는 것은”이라는 구절 등이 그렇다.

특히 이번 시집 ‘홍어’에는 영산포 홍어축제를 비롯해서 홍어집산지이며 홍어거리가 조성된 영산포를 형상화한 시 11편도 수록됐다. 그리고 시집 말미에는 1801년 홍어장수 문순득이 풍랑을 만나 필리핀 등 동남아를 떠돌다가 3년 2개월 만에 우이도에 돌아와서, 정약전과 만나 표류기 ‘표해시말(漂海始末)’을 쓰게 된 이야기를 담은 시 3편도 실렸다.

문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홍어는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속 깊이 숨 쉬고 있었고 어느덧 뿌리칠 수 없는 추억의 음식이자 소울 푸드가 됐다”면서 “언제부터인가 홍어가 전라도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홍어는 이제 전라도 사람들에게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전라도 정신을 의미하는 정체성의 가늠자가 됐다”고 밝혔다.

담양 출신인 문 작가는 1965년 ‘현대문학’에 시 ‘천재들’로 추천받았고, 1975년 ‘한국문학’신인상에 소설 ‘백제의 미소’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소설문학작품상, 문학세계작가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요산문학상, 채만식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정년 퇴임한 후 담양군 생오지 마을에 정착해 후진을 양성하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정년 퇴임한 후 담양군 생오지 마을에 정착해 후진을 양성하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최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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