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경영 공백에 차기 사장 '이목 집중'

정승일 사임…비상경영위 체제
정치권·관료·학계 등 하마평 무성
임추위 구성 선임작업 3개월 소요

2023년 05월 22일(월) 18:01
한국전력이 경영난 타개를 위한 자구안을 발표했으나 정승일 사장의 사임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급박한 상황에 벌써 차기 사장 자리에 대한 후보군 실명까지 오르내리는 등 하마평까지 무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치권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전의 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선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승일 사장은 지난 12일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앞두고 임원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권이 그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정 사장에게 공개적인 사퇴 압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사퇴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 사장이었기에 충격은 컸다.

정 사장의 거취 문제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그의 이름이 빠지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지지율 하락 등으로 요금 인상을 꺼렸던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 달리 정 사장이 ‘적기 인상’을 주장하면서다. 이에 한전 측은 “요금 인상 결정에 앞서 재무 구조를 개선할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여당의 압박에 현장에서 자구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요금 인상 발언으로 인해 여당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까지 미운털이 박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 사장의 사직서를 재가했다. 이날 정 사장은 이임식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것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전력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절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발표한 자구노력과 경영혁신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정 사장의 사퇴와 동시에 차기 한전 사장으로 정치권, 관료부터 학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되면서 정 사장의 사퇴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차기 한전 사장으로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신산업정책관 등을 지낸 에너지·산업 분야 전문가인 김동준 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현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와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적극 대변해 온 손양훈 인천대 교수 등 학계 출신 에너지전문가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역대 정권마다 공기업 수장 자리가 여당의 정책과 입맛을 가장 잘 맞출 수 있는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거쳐간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지지율만을 의식해 정부의 입맛에 맞춘 인사를 등용, 회사 재무구조가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차기 한전 사장이 누구로 임명되던 간에 한전의 미래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론 때문에 요금 인상을 자제하려는 정부·여당과 달리 누적 44조원의 영업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영 상황 개선과 더불어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도려내야 하는 것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현재 이정복 경영관리부사장을 사장 직무 대행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한전은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해 향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정기 이사회를 열고 사장 모집 방법과 일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사장 선정 절차는 2차 임추위에서 서류심사, 3차 임추위에서 면접 등을 거친 뒤 산업부에서 후보자를 3~5배수로 추린다. 이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인사 검증 및 심의, 의견을 거친 뒤 산업부에서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며, 최종 후보자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산업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통상 약 3개월이 걸리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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