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아교와 옻칠, 교칠지교
2023년 12월 03일(일) 15:51
<특별기고>아교와 옻칠, 교칠지교
안수기 한의학 박사·다린공동탕전원 대표·그린요양병원 대표원장


세한(歲寒)의 계절일수록 따스한 온기가 그립다. 온기에는 친구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믿어주는 사람 말이다. 교칠지교(膠漆之交)란 고사성어가 있다. 교칠은 아교와 옻칠이다. 모두가 접착력이 끈끈한 점성이 있다. 둘이 합친다면 단단한 결합을 뜻한다. 사귐이 아주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접착력·점성으로 단단한 결합

아교(阿膠)는 조상들이 사용하던 천연접착제이다. 동물의 가죽이나 뿔 등을 푹 고아서 만든다. 점성이 있어 끈끈하다. 접착력과 방수 등의 작용이 뛰어나다. 현대의 접착제인 본드나 풀에 해당한다. 대나무나 나무판자를 엮어서 통을 만들고 아교를 바른다. 물통이나 목간통이 된다. 일상의 모든 목재나 생활용품의 접착에 아교는 필수품이었다. 아교는 한약재로 더 유명하다. 최상급은 고가의 귀한 대접을 받는다. 특정 동물들이 사용된다. 당나귀나 사슴뿔 및 자라나 거북등껍질 등이 원재료이다. 이미 재료 자체로도 귀한 약재이다. 특히 검은 당나귀의 가죽으로 만든 오려교(烏驢膠)를 최상급으로 여긴다. 외신에 의하면 아프리카 등의 토종 당나귀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단다. 중국인들의 당나귀 아교의 폭발적인 수요 때문이라고 한다. 고가 보약의 이미지로 한국은 녹용, 중국은 아교가 대표적이다.

약재로의 기능은 성질이 맑고 맛이 달면서 독성이 없다. 혈액을 보충해주고 근골을 튼튼하게 만든다. 근력과 체력을 증진시킨다. 특히 빈혈이나 심장의 두근거림과 불면 등에 효과가 좋다. 허약아나 어린 아이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정력 증진과 피부의 노화 등을 예방하여 항노화 약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콜라겐이 풍부하여 각종 관절이나 연골 재생 등의 효과가 탁월하다.

옻칠은 옻나무의 진액이다. 나무가구나 자개장식 등에 칠하는 염료이다. 광택과 방수 및 효과가 뛰어나다. 주로 동양권의 전통 도료이다. 현대의 페인트나 공업용 도료처럼 옻칠도 조상들의 생활필수품이었다. 자개에 옻칠을 입힌 나전칠기는 특히 유명하다. 옻칠의 가치는 오래도록 변질되지 않는 생명력이다. 옻칠한 작품들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신라시대의 옻칠장식의 작품들이 그 선명한 색과 윤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놀라움의 대상이 된다. 옻도 식용과 약재로 유명이다. 식용으로는 옻을 넣은 닭요리도 대표적이다. 여름철 몸보신을 위한 대표적인 음식이다. 옻에는 우루시올이라는 독성분이 있다. 흔히 말하는 옻이 오르는 부작용도 이 성분이 원인이다. 주로 가려운 증상이 대표적이다. 옻나무는 독성이 강한 수액을 가지고 있는데 이 수액이 옻칠이다. 항산화, 소염, 항균 작용을 한다. 옻칠은 항암작용에 대한 기대효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최근의 연구보고로는 간암과 유방암 및 자궁암 등에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암성 세포의 성장과 변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의 면역효과를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염증과 통증의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 각종 관절염의 치료에 옻칠을 활용한 약재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따뜻한 약재의 성질 때문에 혈류 개선과 혈액 순환에도 좋다. 손발이 차가운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옻칠의 약재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것이다.

끈끈하고 믿음직한 인간관계

아교와 옻칠, 조상들에게는 일상용품이자 중요한 군수품의 상징이었다. ‘손자병법’에서는 군대를 일으키려면 전쟁물자로 아교와 옻칠이 막대하게 필요하다고 하였다. 군수품의 비용을 산출하는데 아교와 옻칠을 언급하고 있다. 고려 말의 위화도 회군에서 제시하는 4대 명분 중에 하나에도 등장한다. 여름에 아교가 풀어져서 활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낯선 이름들이지만 조상들의 인식에는 다양한 의미로 함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12월, 대설(大雪)의 절기이다. 눈은 아직 없고, 한 해가 저물어간다. 세상은 전쟁과 불경기로 어수선하다. 정치판은 사분오열로 이전투구만 더해가고 있다. 민생은 피폐해져 가고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이런 불안한 계절에는 신의와 우정이 더욱 그립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묵상해보자. 내게는 교칠지교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있었던가? 나는 누구에게 교칠의 믿음을 주려고 노력하였던가? 새해에는 아교와 옻칠과 같은 믿음직한 인간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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