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아이들과 청년에게 들려주는 소년 이야기

박노해 '눈물꽃 소년' 출간
고흥 동강면 평이 성장기

2024년 02월 27일(화) 19:10
“평아, 사람이 말이다. 할 말 다하고 사는 거 아니란다. 억울함도 분함도 좀 남겨두는 거제. 잘한 일도 선한 일도 다 인정받길 바라믄 안 되제. 하늘이 하실 일도 남겨두는 것 이제….”

박노해 작가의 첫 자전 수필 ‘눈물 꽃 소년-내 어린 날의 이야기’가 출간됐다. 박노해는 박해받은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의 줄인 말로 작가의 필명이다.

이번 책은 박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흥 동강면에서 자라 국민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평이’라고 불리던 소년 시절의 성장기다.

33편으로 엮어진 수필은 동화처럼 그려져 독자에게 잠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글마다 수록된 삽화는 박 작가가 직접 연필로 그린 그림이다. 진한 전라도 사투리에는 그 시절 후덕했던 이웃 간의 정이 진하게 녹아있다. 담백한 작은 평이 이야기는 독자의 등을 다독이며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 같다.

박 작가는 인생에 있어 평생을 지속하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그 시기가 가치관과 인생관의 틀이 짜이는 소년기라 말한다.

“엄혹했던 독재시절, 노동운동과 민주화 투사로 사형을 구형받고 독방에 갇히게 되는 어려운 시기 뜻을 굽히지 않은 저에게 삶의 원동력에 대한 질문을 건네곤 했는데 그 시기가 저에겐 어릴 적이더라고요. 내가 성장해 온 시대는 어둡고 가난했고 슬픔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자연과 인정의 시간이 충분했어요. 가난과 결여는 서로를 부르고 서로를 필요하게 했습니다. 노인들도 아이들도 제 몫의 일들이 있었고 공동체 속에 한 인간으로 강인했거든요.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가슴 시린 나의 풍경이지만요.”

그간 사진에세이와 시집을 써왔던 박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을 내놓은 것은 성장시절 느끼고 배웠던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과열되고 소란한 세계에서 우리의 몸은 평안하지 못하죠. 우리는 늘 초조하고 불안해 안식하지 못해요. 아이들조차 성공을 재촉당하고 과잉보호와 기대 속에서 스스로 부딪치고 해내면서 제 속도로 자라나기 어렵거든요. 세상 하루하루 독해지고 사나워져 우리 영혼을 병들게 하는 지금 ‘과연 희망이 있을까?’ 하는 물음이 울려올 때면 저는 간절한 마음과 강인한 의지가 살아있던 눈물 꽃 소년으로 돌아가 다시 힘을 길어 올리곤 해요.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알아. 나도 많이 울었어. 하지만 너에겐 누구도 갖지 못한 미지의 날들이 있고 여정의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어. 그 눈물이 꽃이 되고 그 눈빛이 길이 될 거야’라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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