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 4년간 활동 결과를 담은 조사보고서를 공개한 가운데 진상규명의 핵심 쟁점인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등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비록 계엄군에 의한 최초 총상 사망자 발생일과 조준사격 등을 새롭게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으나,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조사가 부실한 탓에 발포 경위와 책임 소재 등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3일 5·18 조사위에 따르면 5·18 진상규명 불능사유와 소수의견 등이 담긴 조사결과보고서를 지난달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조사위는 특별법에서 정한 진상규명 범위에 따라 21개의 직권조사 과제를 선정했고, 비슷한 유형의 조사 과제 4건이 병합됨에 따라 최종적으로 17건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민간인 사망·상해·탄압·인권침해 사건, 민간인 학살 사건, 행방불명자·암매장지 규모와 소재, 북한 개입 허위 주장, 계엄군 성폭력, 헬기 사격 등 11건에 대한 조사 결과가 진상규명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1980년 5월 18~27일 광주와 그 인근 지역에서 사망한 민간인을 166명으로 확인했다.

이중 135명(81.3%)이 총상으로 사망했고 17명은 구타 등 둔력에 의한 사망, 12명은 차량에 의한 사망으로 파악됐다.

전체 사망자의 73.5%는 10대와 20대였고 미성년자, 여성, 노인 등 저항 능력이 없거나 시위와 무관한 다수의 민간인이 계엄군의 폭력적 진압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중에는 14세 이하 미성년자가 8명, 50대 이상 11명, 여성 12명에 달했다.

최초 총상 사망자 발생일은 지금까지 알려진 5월 20일 광주역 집단 발포가 아닌 최소 24시간 이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둔력에 의한 사망으로 알려진 김안부는 5월 19일 오후 10시 이후 총상에 의해 사망한 채 자신의 집 근처에서 발견됐고, 김경환 역시 둔력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5월 20일 밤 도청 인근(전대병원 로터리)에서 총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또 현재까지 사망 장소를 특정하지 못했던 희생자 47명 중 43명에 대한 발생 장소도 특정했다.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시 사망자 중 최소 7명은 인근 전일빌딩, 수협 전남도지부 등 고층건물에 배치된 계엄군의 조준사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와 함께 M16 총격에 의한 사망을 카빈총 사망으로 바꾼 사실과 시위와 무관한 시민을 임의처형(현장사살)한 사실 등을 새롭게 규명했다.

반면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와 암매장 등 6건의 과제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내려졌다.

발포 경위와 책임 소재의 경우 ▲5월 19일 최초 총상 사망자 조사 부재 ▲광주고등학교 앞 최초 발포 사건 결론의 타당성 결여 ▲군 관계자 진술에 대한 교차검증의 부재 등을 불능 결정을 내리게 된 근거로 들었다.

암매장의 경우 이를 지시하거나 실행, 목격했다는 다수의 계엄군 진술과 장소의 특정에도 불구하고 지목한 장소에서 유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불능 결정이 내려진 진상규명 과제에는 ‘국가기관의 5·18 은폐·왜곡·조작 사건’, ‘전남 일원 무기고 피습 사건’, ‘군경 사망·상해 피해’, ‘공군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 사건’ 등도 포함됐다.

조사위 관계자는 “4년에 걸친 조사활동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국민과 정부에 보고할 종합보고서를 작성 중이다”며 “북한특수군의 광주일원 침투 주장 사건과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 보고서는 대국민 공개에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5·18조사위는 이달 31일까지 시민 의견수렴을 거치고 6월 26일까지 종합보고서를 작성한 뒤 대정부 권고안을 정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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