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무용(無用)의 쓰임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후진적 정치' 제도 탓 안돼
선출 공직자 대표 책무 다해야

2024년 04월 15일(월) 18:21
몇 달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회의원 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야당이 이전과 비슷한 의석을 확보해 여전히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윤대통령의 정부는 임기 내내 야당을 다수당으로 둔 최초의 정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투표의 결과를 통해 다수의 국민은 현재 정부와 여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득표수의 차이는 5.4%에 불과한데 의석수는 70석이 넘게 차이가 난다면서 현행 선거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득표수만을 두고 보면 이에 비례한 의석수가 불균형인 듯한 모습도 있지만 지난 대선 때 윤석렬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단 0.73%차이로 이긴 것을 생각하면 여당에서 그리 아쉬워할 일은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는 말 그대로 한쪽은 승자가 되고 한쪽은 패자가 되는 싸움이었으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현 대통령은 0.73%차이로 진 야당의 대표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만나주지 조차 않았습니다. 또 24만여 명이 더 지지를 해주어 얻은 권한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음에도 국회가 통과시킨 몇 개의 법률안과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였습니다.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만을 국회의원으로 뽑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나머지 유권자의 표는 효용이 없는 사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전체 유권자 중 50%의 지지를 받지 못하여도 대통령이 되어 수많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도만의 문제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중국의 고전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혜자라는 사람이 위왕으로부터 큰 박씨를 받아 심었더니 자라서 다섯 섬들이의 큰 열매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크기만 하고 단단하지 않아 물을 넣으면 제대로 들 수 없고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어도 펑퍼짐해서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어 부숴버렸다고 장자에게 푸념하였습니다. 장자는 혜자에게 솜을 빠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부터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드는 비법을 사와 전쟁이 났을 때 그 비법을 써 적군을 패퇴시킨 공으로 땅을 하사받은 사람의 얘기를 하였습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방법은 같아도 어떤 이는 나라의 땅을 하사받고 어떤 이는 솜을 빠는 일을 면치 못한 것은 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당신이 다섯 섬들이 박이 있다면 그것으로 큰 배를 삼아 강호에 띄워 둘 생각은 하지 않고 펑퍼짐하여 담을 것이 없는 것만을 걱정하느냐고 꾸짖었다고 합니다. 모든 대상에는 그 의미나 쓰임새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쓰는가에 따라 대상의 존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얘기해주는 일화입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정치가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경제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민주주의"를 말하지 않는 국가가 없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나라는 흔치 않습니다. 장자의 말과 같이 범인의 눈에는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도 더 큰 안목을 지닌 사람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쓸모가 있습니다. 더 큰 안목이 있다면 쓸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더 올바르고 큰 쓰임을 지닐 것입니다. 낡아서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나 제도가 있다면 마땅 바뀌어야 할 것이지만 그 쓰임에 맞게 잘 쓰고 있는지는 고민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이익에 따라 이 탓 저 탓만을 해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을 것입니다.

0.73%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여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또한 단 몇 백표이던 몇 천표이던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다수의 야당 역시 그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존중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자신의 지지자가 아닌 모든 유권자의 대표로서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공직에 출마하는 그 순간부터 자신을 뽑아준 사람만의 대표가 아니라 온 국민의 대표자가 되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가 선출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을 어떻게 가슴에 새기는 지를 잘 지켜봐야 그 사람이 솜을 빠는 범인에 지나지 않는지 아니면 나라를 구하는 장수가 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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