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솔고가 생산한 표고버섯 |
버섯, 순수하게 자연으로만 키우는 유일한 작물
로열티 지급 않는 국산 품종 추재2호 사용
국내서 ‘백화고’ 종자와 배지로 첫 재배 시도
표고버섯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효능을 입증받는 대표 식품 중 하나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마고라는 약재로, 기를 돋우고 바람을 치료하며 피를 부순다 기록 돼 있으며, 중국에서는 불로장수 식품, 고대 그리스는 신의 음식이라 불렸다. 영양은 물론 맛과 식감이 풍부해 남녀노소 즐겨먹는 표고버섯을 재배·생산하는 참솔고를 만나본다.
글 민슬기 기자 사진 김생훈 기자
‘참’말로 ‘솔’찬히 맛나(좋)‘고’
참솔고는 신품종 추재2호 종균을 사용해 최상품의 표고버섯과 백화고를 생산해내는 버섯전문 강소농이다. 김명희 대표는 근 10년 동안 버섯에 대한 공부를 마친 뒤 지난 2014년 전남 무안군 현경면으로 귀농했다. 햇수로 따지면 새내기나 다름없지만, 표고버섯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는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박사급 농부다. 무안으로 귀농하면서도 지역 특산물인 양파나 고구마 등의 작물을 선택하지 않았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김 대표는 자신이 있었다. “딸이 버섯을 먹곤 전라도 말로 참말로, 솔찬히 맛나고 좋다고 하더라. 거기에서 착안해 참솔고라는 명칭을 지었다”. 참솔고의 핵심가치이자 뜻이 된 브랜드명을 딸이 지어준만큼 부끄럽지 않은 버섯을 생산해내겠다는 결심이다. 귀농 전 교편 생활을 했던 그는 우직한 성품 그대로 버섯을 키워냈고, 연간 5천톤에 이르는 버섯을 생산할 정도로 강소농이 됐다. 같은 추재2호 종균을 사용하더라도 타 농가보다 신선하고 단단한 버섯을 제공하니 근교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 고객은 물론 재배 전 믿고 선입금을 하는 신규 고객까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지난해에는 건표고버섯분말이 뛰어난 평을 받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 해외 바이어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아 수출기업 등록까지 했다. 사실 귀농 작목으로 표고버섯은 레드오션이다.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고 △구매수요도 많을 뿐더러 △재배가 까다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전문 농가의 수가 셀 수 없이 많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참솔고는 정도의 길을 걸으며 승부수를 띄워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 재배 시설 |
김 대표는 참솔고가 키우는 표고버섯의 특별함을 묻는 말에 미세한 흠집이 나 상품으로 판매하지 못한 표고버섯을 가져왔다. 그는 망설임 없이 찢은 뒤 손으로 눌러 보여주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쫄깃함이 남달랐다. 예민한 칼로 썰어도 부스러기가 남는 마트표 표고버섯과는 확연히 달랐다. 일부 농가는 출하하기 전 무게를 높이기 위해 물을 뿌려 버섯의 향과 영양분을 파괴시키는데, 참솔고 표고버섯은 수분이 적어 갓은 결대로 탱탱하게 찢겼으며, 둥그스름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는 잘 삶아진 고기결처럼 가늘게 찢겨졌다. 백 마디 말이 필요 없었다. 조리한 음식을 먹어보니 버섯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탱글탱글함이 입안 가득 찼다.
참솔고 표고버섯의 특이한 점은 또 하나 있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린 표고버섯은 수분이 빠져 매우 쪼글쪼글해지는데, 참솔고 표고버섯은 비교적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마치 생버섯을 숭덩숭덩 잘라 넣은 것처럼 보였다. 김 대표는 “좋은 버섯을 재배하려면 습도를 잘 조절해야한다”며 “기존의 표고버섯인 엘(L)808 종균은 로열티를 지불했지만 수분이 많아 느끼한 맛이 있었다. 하지만 참솔고가 사용하는 추재2호는 백화고를 만들어낼 수 있는 훌륭한 국산 품종이기에 맛과 영양분이 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 말린 백화고 |
현재 표고버섯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스테디셀러는 단연 ‘백화고’다. 버섯의 제왕, 버섯계의 귀족으로 불리는 백화고는 표고버섯에서 나오는 희귀작물이다. 자연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단 1%도 되지 않는다. 참솔고 역시 가장 품질 좋은 표고버섯 몇 개를 남겨 재배동에서 5% 내외로 백화고를 만든다. 크기가 클수록, 버섯의 갓 부분이 거북의 등껍질처럼 많이 갈라질수록, 또 하얗게 필수록 최고급 상품으로 취급 된다. 수분 공급을 줄여 영양분을 최대로 응축된 상태를 화고라 하는데, 육질이 두껍고 은은한 나무향이 나는게 특징이다. 일반 표고버섯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귀한 버섯인만큼 맛도 영양도 훨씬 뛰어나다.
![]() 참솔고 김명희 대표 |
본래 이름 잃은 추재2호와 백화고
긴 시간을 갖고 정성을 들여 돌본 끝에 탄생하는 백화고는 잘 말려 귀한 분들께 명절 선물용으로 많이 보내진다. 건조한 백화고는 생백화고보다 비타민 D가 풍부해 골다공증에 좋고, 섬유질이 많아 비만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 아미노산의 일종인 구아닐산나트륨이 생성돼 버섯의 향과 맛을 더욱 강렬하다. 김 대표가 저장고 깊숙한 곳에서 꺼내 보여준 건백화고 더미 중에는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백화고도 수십여개 보였다.
![]() 추재2호 버섯 |
민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