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보이지 않는 시민 청소년
화요세평

<화요세평> 보이지 않는 시민 청소년

황수주 광주북구청소년상담복지·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청소년 정책 전담 부처 설치 필요
청소년이 국가의 중심에 서야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 집으로 '대통령선거 책자형 선거공보'가 도착했다. 대선 후보자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청소년 정책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책·공약마당' 누리집 역시 청소년과 관련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고3 청소년 유권자는 약 19만 2,000여 명으로, 광주·전남 지역만 해도 1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대선 당시 24만 표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점을 고려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년들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청소년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등 다양한 청소년단체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적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첫째, 국가 청소년예산 복원이 시급하다. 2023년 윤석열 정부는 청소년 국제교류 지원 예산 127억 원, 청소년 동아리활동 및 어울림마당 등 활동지원 예산 38억 원, 정책 참여지원 예산 26억 원 등을 삭감했다. 이 예산들은 청소년의 성장과 잠재능력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이었다. 청소년활동과 청소년참여의 기반이었던 예산의 복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예산 없는 정책은 허울뿐이며, 청소년들의 희망과 꿈을 짓밟는 일과 같다.

둘째, 청소년정책을 전담할 독립부처 설치가 필요하다. 2010년 청소년 관련 업무가 여성가족부로 이관된 이후 청소년정책은 가족정책의 틀 안에서 제대로 된 고유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가부 내에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정책은 그 중요성과 전문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부처 폐지 논란 속에서 청소년정책이 희생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독립적인 청소년 부처 설치가 필수적이다.

셋째, 청소년전담 공무원제의 의무적 시행이 요구된다. 현행 청소년기본법 제25조는 지자체 및 전담기구에 청소년육성 전담공무원을 둘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극히 드물다. 청소년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을 지자체 전담부서에 배치해 정책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청소년단체 활성화를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청소년단체 활동은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 학교폭력 예방, 사회성 함양, 민주시민 역량 강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현재는 입시 중심의 교육과정과 학교 내 청소년단체 활동 지원 축소로 단체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의 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해 청소년단체를 강력히 지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이 외에도 청소년의 민주시민 역량 강화와 인권 보장을 위해 학생인권법 제정, 청소년 정당 가입 연령을 폐지하여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교육감 선거연령도 16세로 낮춰 교육의 주체로서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운영위원회의 학생 참여 의무화로 교육현장의 민주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 정치·노동교육 법제화와 성인권 교육 의무화로 디지털성범죄 및 노동권 침해 등의 위협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 청소년증 의무 발급으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모든 청소년이 차별 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치권에 당부한다. 이제는 청소년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시민'으로 남겨두어선 안 된다. 청소년이 국가의 중심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청소년정책 개혁, 관련 예산 확대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의 시민성을 키우고 존중하기 위해서 청소년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청소년의 권리를 확대하고 보장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의 삶과 권리를 위한 실천,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정책이 실종된 이번 대선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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